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부모 자식 간의 인연도 전생에 수없는 공양을 올린 결과다.” 이는 인과경因果經이 전하는 대표적인 가르침이다. 단순한 혈연 관계가 아닌, 전생의 업력과 선연善緣의 결실로 맺어진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뜻이다.
불교의 대표 경전 중 하나인 인과경은 우리가 이 생에서 겪는 기쁨과 고통, 만남과 이별이 모두 과거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은 전생의 깊은 인연이 가장 진하게 현현된 삶의 관계로 주목된다.

일정스님은 최근 법문을 통해 “가족은 업을 갚고 복을 짓는 최초의 도량”이라며, 불자들이 수행의 시작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족 안에서부터 자비심과 지혜를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에게 공경을 다한 이는 자식으로부터 효를 받게 되며, 부부간에 믿음을 지킨 이는 다음 생에서도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며, 인과경의 내용을 인용했다.
특히 부모와 자식, 부부와 형제자매 간에 생기는 갈등이나 애착, 불화 또한 과거생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바로 보고 선한 업으로 전환해야 다음 생에도 평화로운 인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절에 가지 않아도, 가정이 도량이고 가족이 스승이며 도반이다.” 이 말은 수행의 본질이 ‘마음’에 있다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강조한다.
일정스님은 “가족은 서로의 업장을 마주보며 참회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가장 가까운 거울”이라며, 다음과 같은 실천을 권유했다.
부모는 자식을 자비심으로 품을 것
자식은 부모를 부처님처럼 섬길 것
배우자는 서로를 보살로 여기며 인내하고 경청할 것
그는 “가정을 화쟁和諍의 터로 삼고, 매일의 말과 행위가 곧 기도요 정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과경은 “지금 짓는 인因이 내일의 과果를 만든다”고 가르친다. 이는 가족 간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일정스님은 “매일 가족에게 내뱉는 말 한마디, 짓는 표정 하나, 태도 하나하나가 바로 인과의 씨앗”이라며 “감사와 기도, 이해와 용서를 바탕으로 한 하루가 그 자체로 업장을 녹이는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버지를 석가세존으로, 어머니를 관세음보살로, 자식을 지장보살로, 배우자를 미륵불로 여긴다면 그 집이 바로 불국정토가 될 것”이라고 전하며, “부처님 법 안에서 가정이 곧 천당이고 수행처가 되기를 발원한다”고 법문을 맺었다.
가정 안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꽃, 그것이 인과경이 전하는 삶의 길이다. 가족이 함께 복을 짓는 그 순간, 이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다음 생의 만남도 더욱 청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