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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법사의 “재물을 보고 사람을 본다.”

– 『대장엄론경』 제15 이야기 재편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옛날 어느 마을에 장사를 하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큰 부자였지만, 그가 자라날 무렵에는 몰락하여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탓에 그의 친척들이나 친구들은 그를 외면하고, 오히려 업신여기며 멸시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그는 고향을 떠나, 낯선 지방으로 가서 새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 그는 부지런히 노력한 끝에 큰 부자가 되었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소식이 마을에 퍼지자, 예전의 냉대가 무색하게도 친척들과 옛 친구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그를 영접하겠다며 길거리로 몰려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속내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누더기 옷을 입고, 마치 가난하던 시절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행렬 맨 뒤에 섞여 걸어갔습니다. 누구도 그가 주인공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친척들과 친구들은 맨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물었습니다.

 

“여보세요, 큰 부자가 되어 돌아온 쇼카바타님은 어디 계십니까?” 그러자 쇼카바타는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습니다. “아, 저 뒤쪽에 오고 계십니다.” 사람들은 다시 행렬의 맨 뒤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쇼카바타는 어느 분이신가요?” 그러자 그는 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맨 앞쪽에 계시지요.”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다가 마침내 그를 알아보고 따져 물었습니다.

 

“우리가 일부러 마중을 나왔는데 왜 뒤에 숨어 있었습니까?” 그러자 쇼카바타는 담담히 대답했습니다. “여러분이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쇼카바타는, 제가 아니라 저 뒤쪽 낙타 등에 실린 ‘재물’입니다.

 

제가 가난할 땐 쳐다보지도 않던 여러분이, 이제 와서 급히 달려온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지닌 재물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사람의 참된 가치를 보는 눈이 얼마나 쉽게 재물에 가려질 수 있는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진정한 인연이 아니라, 탐욕에서 비롯된 인연貪緣이라 하여 경계합니다. ‘사람을 보기 전에 그가 가진 것을 먼저 보는 마음’은 곧 탐욕의 눈이며, 진정한 관계란, 그 사람의 처지와 형편에 관계없이 마음으로 이어진 인연임을 가르칩니다.

 

"재물은 인연을 시험하는 거울이요, 탐심은 진심을 흐리는 안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