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의 “짐승도 지킨 약속, 사람은 어찌 외면하랴”

  • 등록 2025.08.05 04: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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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약속과 은혜를 기억한 두 마리 소의 이야기는,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짐승조차도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사람의 진심을 위해 목숨을 걸었음을 보여줍니다.

 

약속을 저버린 사람, 진심을 증명한 소의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신뢰’와 ‘보답’의 도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참된 보시와 진심은 말없이도 전해집니다. 이제, 이 따뜻한 고전 설화를 통해 약속의 가치를 다시 새겨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친척 하나 없이 홀로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한 짐 해 내려오던 중,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밭에서 나이 든 노인이 홀로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였지만 청년은 다가가 정중히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연세가 많으신데 어찌 혼자 밭을 갈고 계십니까? 자제분도 없으신가요?”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습니다. “형제도, 자식도 없어 내가 몸소 밭을 일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 청년은 안타까운 마음에 바로 삽을 들고 밭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 쉬십시오. 저는 해가 질 때까지 밭을 다 갈아놓겠습니다. 해질 무렵 마을 어귀로 오셔서 연장을 가져가시면 됩니다.” 노인은 감동하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고, 청년은 정성껏 밭을 갈았습니다.

 

해가 질 무렵, 나뭇짐을 지고 소에게 풀을 먹이며 마을로 내려오자 노인이 이미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노인의 집까지 소를 끌고 가 외양간을 청소하고, 소에게 꼴을 넉넉히 주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노인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런 청년이라면 사윗감으로 손색이 없겠구나. 내 딸을 주어야겠다.’

 

 

이튿날, 노인은 청년에게 조용히 말을 꺼냈습니다. “자네같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젊은이는 드물지. 내 딸을 자네에게 주고 싶은데, 생각은 어떤가?” 청년은 고개를 숙이며 기쁘게 승낙했고, 그날부터 노인의 집에 머물며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노인의 집에는 소가 두 마리 있었는데, 하나는 온순하고 다른 하나는 난폭하여 다루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성실한 청년이라도 거친 소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밭을 갈던 중 사나운 소가 고삐를 끊고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채소밭과 곡식을 짓밟고 돌아다니다가 끝내 청년의 인내심을 무너뜨렸습니다. 청년은 낫으로 소의 꼬리를 베고, 돌을 던져 뿔을 부러뜨렸습니다. 그 소는 ‘독미독각毒尾毒角’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결혼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청년은 노인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전에 말씀하신 따님과의 혼례는 언제쯤 진행될까요?” 노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습니다. “아차, 깜빡했구먼. 얼른 준비를 하도록 하세.”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노인의 아내는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도대체 그 청년이 어디서 태어난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외동딸을 그런 사람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노인은 간청했지만 아내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에 노인은 결혼을 계속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추수를 기다려야 한다, 밀 수확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핑계가 이어졌습니다. 청년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노인은 나를 사윗감으로 본 게 아니라, 부려먹기 위해 붙잡아 둔 것이었구나.’ 복수심이 치밀어 오른 청년은 소들에게 꼴을 주지 않고 혹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큰 소가 말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에게는 늘 잘 대해 주셨는데…” 청년은 대답했습니다.

 

“너희에게는 잘못이 없다. 다만 너희 주인에게 원한이 있다. 그는 내게 딸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큰 소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증인이 되겠습니다.” “네가 어떻게 증인이 될 수 있겠느냐?” “말은 못하지만 행동으로 진실을 보일 수 있습니다.”

 

 

소는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우리 두 마리를 7일 동안 외양간에 가두고 꼴과 물을 주지 마십시오. 7일 후 먹이 앞에 데려갔을 때, 우리가 먹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진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청년은 감동했고, 곧 관가에 가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리는 양쪽 말을 듣고 소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7일간의 단식이 시작되었고, 두 마리의 소는 관가 외양간에 갇혔습니다.

 

이때 작은 소는 불평했습니다. “내가 이 청년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아느냐! 차라리 지금이라도 꼴을 먹어버릴 거야!” 그러자 큰 소는 달랬습니다. “조금만 참자. 우리는 이 청년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마침내 7일이 지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두 마리의 소가 끌려 나왔습니다. 물과 꼴이 풍성한 곳에 풀어 놓자, 작은 소는 달려가려 했습니다. 그 순간, 큰 소는 미리 묶어둔 밧줄을 힘껏 당겨 작은 소의 머리를 하늘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두 마리의 소가 동시에 태양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자, 왕은 감탄하며 물었습니다. “짐승조차도 이토록 은혜를 잊지 않다니, 인간은 어찌 배은망덕하단 말인가?” 이에 왕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노인은 약속대로 따님을 이 청년에게 시집보내라.” 그리하여 청년은 마침내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사랑과 믿음을 얻고, 노인의 딸과 혼례를 올렸습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5

이정하 기자 haya900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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