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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 동정

[담화총사 칼럼] 등불이 친근한 밤, 마음을 밝히는 시간

- 燈火可親등화가친의 계절에 대하여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가을이 깊어가면, 사람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한곳으로 모인다. 바로 등불이 켜진 자리이다. 여름의 뜨거움이 물러나고, 바람에 서늘함이 스미면 등불의 온도는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고, 작은 불빛 하나에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이 계절을 두고 “燈火可親등화가친”, “등불을 가까이하기 좋은 때”라 불렀다. 그러나 등화가친은 단순히 책 읽기 좋은 계절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말 속에는 자기를 다스리고 마음을 밝혀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 담겨 있다. 계절의 기운은 사람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을은 자연이 익어가는 때이자, 인간의 내면 또한 숙성되는 시간이다. 처서가 지나고 백로에 이르면 공기 중의 습기는 가라앉고, 밤은 길어지며,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해진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하루 동안 쌓인 번뇌와 감정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등불은 두 층위의 상징을 지닌다.
첫째는 외등外燈, 바깥을 비추는 실제의 등불이다.
둘째는 내등內燈, 마음을 비추는 지혜의 불빛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일러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라 하셨다. 남의 빛을 좇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등불로 삼아 삶의 길을 걸어가라는 뜻이다.

 

현대의 우리는 너무 많은 빛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의 빛, 광고의 눈부심, 인터넷의 과잉된 정보. 하지만 마음을 비추는 등불은 오히려 희미해지고 있다. 바깥의 빛이 강해진 만큼 내면의 빛은 약해진 셈이다. 그러나 등화가친의 계절은 이 균형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요한 밤, 등불 앞에 앉으면 세상의 소란은 멀어지고 자기 마음의 소리가 가까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어렵게 생각한다. 큰 기도, 큰 공덕, 거대한 깨달음을 꿈꾼다. 하지만 수행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등불을 켠 자리에서 10분만 마음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부끄럽지 않았는지, 말은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사람과의 인연을 진실하게 대했는지. 이 질문들이 등불 아래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세상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중요한 변화는 고요한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기도문 한 줄을 따라 읊는 순간, 마음을 정리하는 짧은 호흡 하나. 작은 움직임이 쌓여 큰 변화의 문을 연다.

 

등불은 희미하지만, 그 희미한 빛이 마음의 어둠을 이긴다. 불빛 곁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은 삶의 폭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등불은 단지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스승이 되기 때문이다.

 

벽사초불정사와 같은 도량에서의 수행도 마찬가지다. 기도의祈禱衣를 두르지 않아도, 연등을 달지 않아도, 등불 앞에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 마음이 이미 수행의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반드시 더 맑고 단단한 내일로 이어진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수확은 자신의 마음을 거두는 일이다. 오늘의 감정, 오늘의 말, 오늘의 선택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등화가친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올가을, 등불 가까이에서 당신의 마음을 천천히 비춰보길 바란다. 작은 불빛 하나가 한 사람의 내일을 바꾸고, 한 사람의 내일이 그의 인생 전체를 바꾼다. 등불이 친근한 밤, 그 밤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밤의 끝에서 당신의 마음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