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K-민화 전문 작가 담화총사의 신작 『복사꽃 미소에 머문 사슴』이 한국 전통 민화의 길상적 상징과 현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복숭아꽃(복사꽃), 연꽃, 사슴 등 민화 속 대표적인 길상 소재를 통해 복福과 수壽,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한다. 담화총사는 이를 전통적인 소재 해석에 머물지 않고, 신화적 서사와 정적인 자연의 순간을 결합해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열려 있던 아득한 옛 시절’에서 출발한다. 영원의 숲을 떠난 사슴 한 쌍이 인간 세상의 끝자락에 이르렀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꽃이 피어나는 고요한 연못가다. 그곳에서 복사꽃은 마치 미소 짓듯 활짝 피고, 붉은 해가 떠오르며, 자연은 한순간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장면은 단지 시적인 풍경이 아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형상화다. 하늘에서는 물새가 내려와 노닐고, 모란과 국화, 파초와 조롱박까지 온갖 길상 식물들이 만개한 이 정원은 자연과 인간, 신과 생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작품 속 사슴은 그 가운데 조용히 서서 관람자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여기가 바로 복과 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지옥 같다", "배가 고파 죽겠다", "짐승 같은 세상", "질투와 분노가 가득하다" 이런 표현들은 결코 문학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중생六道衆生의 삶의 실상입니다. 불교는 세상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 이 육도는 단순한 내세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적 상태와 삶의 국면을 상징합니다. 고통이 극심한 지옥도, 채워지지 않는 탐욕의 아귀도, 무지와 본능에 휘둘리는 축생도, 분노의 아수라도, 기쁨과 괴로움이 교차하는 인간도, 쾌락에 도취되어 방심하는 천상도, 모두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얼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지장보살地藏菩薩이 계십니다. 불교 신앙 가운데 가장 자비로운 존재로 불리는 지장보살은,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열반에 들지 않겠다”는 대원大願을 세우셨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외면당한 존재 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아가는 중생 옆에 계십니다. 그것은 영웅적인 신화가 아니라, 자비가 가장 절실한 곳에 머무는 삶의 태도입니다. 현대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옛날 어떤 부자가 먼 길을 떠나며 하인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문단속을 잘 하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라." 하인은 말대로 문을 지키고, 나귀를 밧줄에 묶어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어와 집 안의 값진 보물들을 모두 훔쳐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돌아와 그 연유를 묻자, 하인은 담담히 대답합니다. “저는 분명히 주인의 말씀대로 문과 나귀와 밧줄만을 지켰습니다.” 이 어리석은 하인은 무엇이 진정 지켜야 할 것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가 지킨 것은 형식이었고, 놓친 것은 본질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쫓겨나고, 그 집은 텅 빈 껍데기만 남았으니,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행자 또한 이와 같은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불문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며, 고요한 처소에 앉아 명상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오욕五欲의 바람이 불고, 무명無明의 도둑이 지혜와 선정의 보배를 슬그머니 훔쳐 가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은 지켰으나, 마음의 보물은 잃은 상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감관의 문을 잘 단속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담화총사 | 한국불교는 오랜 세월 동안 민족의 정신을 지탱해온 중심축으로, 그 속에는 수많은 고승대덕의 숨결과 수행의 정진이 깃들어 있습니다. 본 자료는 이러한 한국불교의 정신문화적 위상을 온전히 조명하고자 하는 일념에서 출발하였다. 담화총사는 한국불교의 교화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특히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스님을 비롯한 근현대 고승들의 유물 2,000여 점을 수년간에 걸쳐 직접 수집·보관해 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수장이나 연구 목적을 넘어, 향후 ‘한국불교자료기념관’ 설립이라는 국가적,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의 결실이기도 하다. 본 문서는 그 뜻을 기반으로, 현재 보관 중인 유물의 정신사적·문화사적 가치와 함께, 기념관 설립의 필요성과 미래적 함의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Ⅰ. 서론 한국불교는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영성, 예술, 철학을 이끌어온 정신문화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근현대에 들어와 격동의 시대 속에서 불교의 정체성과 가르침을 지켜온 고승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불교사적 위대한 유산이자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문화적·정신적 주체라 할 수 있다. 초대법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부처님께서 많은 비구들과 함께 어느 동산에 머물고 계셨다. 그날은 달빛이 환한 보름밤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맨땅에 앉아 비구들에게 법을 설하신 후, 사리풋타에게 말씀하셨다. “사방에서 많은 비구들이 함께 모여 밤새도록 정진하고 있다. 나는 등이 아파 잠시 쉬고자 하니, 네가 대신 비구들을 위해 법을 설해주도록 하라.” 부처님은 가사를 네 겹으로 접어 자리에 깔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이에 사리풋타가 비구들에게 말했다. “이 파바성은 본래 이교도 니칸타가 머물던 곳이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에 죽었고, 그의 제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서로의 잘못을 캐며 다투고 있다.” “그들은 ‘나는 이 법을 잘 알고, 너는 알지 못한다’, ‘나는 바른 법을 가졌고, 너는 사견에 빠져 있다’며 서로 시비를 일삼고 있다. 그 말들이 얽히고설켜 도리에 맞지 않고, 각자 자신의 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니칸타를 따르던 이 지역 사람들마저 그 다툼을 혐오하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옳음’이 참된 바른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이 바르지 못하면 해탈로 나아갈 수 없다. 마치 허물어진 탑에 다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고요한 지중해의 풍경 속, 한국인들에게 아직 낯선 크로아티아가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크로아티아는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이탈리아·프랑스 못지않은 식재료 강국이자 전통 요리의 본고장으로 주목받는다. 트러플의 향을 따라, 이스트리아 숲속으로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트러플은 이제 더 이상 이탈리아와 프랑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Istria) 반도의 모토분(Motovun) 숲에서는 훈련된 명견들이 흰 트러플과 검은 트러플을 찾아내며,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송로버섯을 수확한다.크로아티아에서는 훈련된 명견이 트러플을 수확한다. 특히 3대를 이어온 칼리치(Karlić) 가문은 트러플 사냥의 명가로, 이들의 제품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크로아티아산 트러플은 강렬한 향과 함께 달콤하고 흙내음 가득한 독특한 풍미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3위의 올리브 오일 강국 크로아티아산 올리브 오일은 이제 ‘숨겨진 강자’가 아닌 ‘공인된 명품’이다. 뉴욕국제올리브오일대회(NYIOOC)에서 수년간 수상률 70% 이상을 기록하며, 세계 3위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아드리아해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정부는 2025년 7월 개최 예정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개최국으로 대한민국이 최종 선정되었음을 16일 공식 발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유산 보호와 국제 문화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이자,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세계에 조명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5년은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등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위원회 개최는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 강 대변인은 “세계유산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라며, “기후위기와 도시화, 개발 압력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속적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유네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 속에서 대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청운 삼장전법사 | 오늘날 한국 사회는 겉보기에는 풍요롭지만, 보이지 않는 어둠을 안고 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고립되어 있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지식은 넘치지만, 지혜와 연민은 희소한 시대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되묻는다. “과연 누가 우리를 진심으로 이끌 수 있는가?” 이 물음 앞에 우리는 조사祖師의 존재와 증도證道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조사란 누구인가? 깨달음을 실천으로 증명한 사람, 불교에서 말하는 조사는 단순한 계보의 계승자가 아니다.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으로 증명한 사람, 그리고 그 깨달음을 자비와 광명으로 전한 존재이다. 조사의 증도는 머리로만 얻은 앎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실천되고 증명되는 깨달음이다. 말로 가르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교리의 반복보다 마음의 공감으로 중생과 마주하는 삶, 바로 그것이 증도의 길이다. 자비는 가장 낮은 자리로 향하는 실천이다. 불교 수행의 핵심은 자비이며, 진정한 조사는 자비심을 가장 낮은 자리로 이끄는 사람이다. 한 선방의 원로 스님은 자신의 정진보다 먼저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공양을 내주고, 고통 속에 방황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김용규 삼장전법사 | “만물의 영화와 시듦에도 저마다의 시詩가 있다.” 이 짧은 한 구절 안에, 자연과 인생, 그리고 세상살이에 대한 불교적 통찰이 응축되어 있다. 자연은 시들어야 다시 피어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진다. 이 단순한 자연의 흐름 속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살아 숨쉰다. 꽃은 피기 위해 지고, 지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시듦은 다음 생명의 순환을 품고 있다. 세속에서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눈다. 그러나 불교는 묻는다. “영榮만이 삶인가? 고枯는 실패인가?” 삶의 진리는 언제나 ‘무상’의 법法 위에 서 있다. 영화로움도 시듦도 모두 ‘변화하는 과정’일 뿐, 본질은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 속에는 한 편의 시가 깃들어 있다. 시들어도 인생은 시詩입니다 한 청년이 낙방 후 말했다. “제 인생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되묻고 싶었다. “끝이 아니라 쉼표입니다. 시 한 편이 완성되기 위해 중간 중간 침묵이 필요하듯, 지금 당신은 새로운 문장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노인의 손등에는 주름이 있고, 노동자의 손에는 굳은살이 있다. 그 주름과 굳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전라남도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무형 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위해 지역 역사와 정신을 담은 유산 3건을 도 지정유산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번 지정은 유형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등 전남의 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도민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유산 가운데 화순 용암사 목조보살좌상(유형문화유산)은 조선 후기 호남지역 조각승 색난파에 의해 조성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얼굴의 각진 형태와 연화형 띠 장식, 두툼한 눈두덩 등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조선 불교 재건기 불상 조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곡성 영수정 일원(자연유산)은 조선시대 곡성 일곱 성씨가 향약을 실천하던 공간으로, 민간 주도 향촌 공동체 운영을 보여주는 역사자료다. 정자는 전통 목조건축의 미학과 구조적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호남 정자건축의 전형으로서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고흥 점암 대춘별신제(무형유산)는 마을 단위로 전승된 별신굿 형태의 민속 신앙으로, 제의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특히 농악대를 중심으로 한 정화의식과 부조(扶助)의 기능이 뚜렷해 공동체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