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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법왕청신문 관리자 기자 |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13. 노인의 지혜 


옛날에 힘이 없어 일을 못하는 늙은 사람들을 모두 내다 버리는 고려장 풍습이 있는 기로국 이라는 나라에 한 대신이 있었다.

그의 늙은 아버지도 나라 법에 따라 당연히 멀리 버려질 운명에 처해 있었지만, 원래 효성이 지극한 대신은 도저히 자기 아버지를 내다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은 뜰에다 땅굴을 파고 그곳에 아버지를 모시고 봉양을 계속했다.

물론 이웃 사람들에게는 부친을 내다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신(天神)이 두 마리의 뱀을 국왕에게 갖다 놓고 이렇게 물었다. 
“이 뱀이 암컷인가 수컷인가, 만약 가려내지 못하면 7일 안에 나라가 망할 것이다.”
갑작스런 물음에 왕은 크게 놀라고 또한 고민에 빠졌다. 7일 안에 대답을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때문에 왕은 모든 신하를 불러 모아 의논을 계속했다. 그러나 모두 경험이 없어서 암·수를 가리는 방법을 몰랐다.

드디어 국왕은 나라 안에 포고를 내서 “뱀의 암컷과 수컷을 가려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는 후한 봉록을 내리겠노라.” 고 널리 알렸다. 
이런 일이 있던 어느 날 그 대신은 집에 돌아오자 곧바로 뜰 땅굴 속에 모신 그의 아버지에게 가서 나라의 위급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 문제를 물었다. 대신의 부친은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부드러운 천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뱀을 올려놓아라. 거기에서 거칠게 구는 놈은 수놈이고, 움직이지 않는 놈은 암놈이다.” 
이렇게 아버지의 말을 들은 그 대신은 즉시 부친의 말씀대로 시험해 보았다. 틀림없이 암수를 가릴 수 있었다. 이 말을 들은 국왕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약속했던 관직과 봉록을 그 대신에게 내렸다. 
대신의 가문은 더욱 빛났으며 또한 왕과 나라는 편안함을 누렸다. 그러나 그후 천신은 다시 국왕을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잠든 자를 이름하여 깨달은 자로 만들고, 깨달은 자를 이름하여 잠든 자로 만들 수 있는가?” 
왕은 또 다시 신하들과 의논을 했다. 그러나 신하들은 아무도 그 문제를 알지 못하여 묵묵부답 이었다.

그래서 왕은 전과 같이 온 나라에 포고를 내렸으며 해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은 집에 돌아와 또 자기 아버지에게 그 문제를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째로 모든 범부(凡夫)를 이름하여 깨달은 자로 만들고, 모든 아라한을 이름하여 잠든 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자기 물음의 정답을 얻은 천신은 다시 세 번째로 문제를 왕에게 내놓았다. 
“이 흰 코끼리는 무게가 얼마나 되겠는가?” 
국왕은 역시 신하들과 의논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또 다시 전국에 포고하여 대답을 구했으나 허사였다.

이번에도 대신은 아버지에게 이 문제를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친은 즉석에서, “코끼리를 배에 태워서 연못에 띄워라. 그리고 그 배가 가라앉는 정도를 재어라. 그 다음에 코끼리 대신 돌멩이를 실어서 배가 가라앉는 도수를 먼저와 같도록 하면 그 무게를 알 수 있느리라.” 
천신은 이 말을 전해들고 만족하였다. 
그러나 천신은 또 네 번째 질문을 왕에게 던졌다. 
“한 바가지의 물이 대해(大海)의 그것보다 많다. 이 이치를 알 수 있겠는가?” 
왕은 또 신하와 의논을 거쳐서 전국에 알렸으나 대답이 없자 대신은 부친에게 네 번째 문제도 물어보았다. 
부친은 이번에도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더러 있는 자가 인색하고, 질투해서 삼보를 믿지 않으며 부모, 스승, 노인을 공양하지 않는 사람은 내세에는 백천만년 동안 아귀지옥에 떨어져 물이나 골짜기와 같이 크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과 같이 작아 몸을 움직이고 관절과 수족에서 불이 일어난다.

이 같은 사람의 고통은 그대의 그것보다 천만 배나 되는 것이다.”고 했다. 
천신은 이 대답에 만족하면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수족을 묶고 머리에는 쇠사슬을 쓰고 몸에서는 불을 뿜으며 온몸이 불에 타버린 모습으로 왕에게 와서 또 질문했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번에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대신의 부친은 이렇게 알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있어서 부모에게 효양하지 않고 스승이나 노인에게 역해하고, 주인을 거역하고, 불법승의 삼보를 비방하면 내세에는 지옥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떨어진다.

그 사람의 고통은 그대 보다 천만 배는 더 될 것이다.” 
천신은 그 대답에 만족하여 절세미인으로 변신하여 왕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예쁜 미인이 있겠는가?” 
왕과 신하는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번에도 대신의 부친은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삼보 즉 불, 법, 승을 신봉하고 부모를 정성껏 효양하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하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 날 수가 있다. 천신의 과보는 바르고 정확하며 특별하다. 그것은 그대보다 뛰어나기가 천만 배이다.” 
천신은 만족해하면서 정사각형의 향나무 토막을 갖고 와서 왕에게 질문했다. 
“이 나무의 뿌리와 위쪽은 어디인가?” 
그러나 왕과 신하들은 지혜는 이에 미치지 못하여 결국 또 다시 대신은 부친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무척 간단하다. 물속에 그 나무를 넣어라. 나무의 뿌리는 반드시 밑으로 가라앉고, 윗부분은 떠오를 것이니 떠오르는 쪽이 위쪽이니라.” 
다음에는 천신이 모양과 색깔이 다른 두 필의 말을 갖고 와서 어떤 것이 어미 말인지를 가려내는 방법을 물었다. 이번에도 알 수가 없어 대신에게 묻자 대신은 부친에게 물었다. 
“꼴을 갖다 주어라. 어미 말은 반드시 새끼 말에게 꼴을 먼저 먹일 것이다.” 
이렇게 하여 천신이 왕에게 내린 질문은 대신의 부친 때문에 왕의 입을 통해서 만족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천신은 기뻐하면서 왕에게 많은 보물을 내리고 국토를 보호하여 외적이 침범치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왕은 천신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그 대신에게 큰 상을 내렸다. 
“모든 대답은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인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가?

어떻든 간에 그대의 지혜로 인해 나라의 안녕을 얻었을 뿐 아니라 많은 보물을 받았고 이 나라를 지켜 주겠다는 서약을 받았으니 이는 모두 그대의 덕이니라.”
대신은 왕의 말을 듣자 황공해 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왕이시여! 지금까지 제가 대답을 드린 것은 저의 지혜가 아닙니다. 대왕께서 자비를 내리신다면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그대에게 죽을 죄가 있다 해도 불문에 붙일 터인데 무슨 주저함이 있으랴. 어서 말해 보아라.”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라에 엄한 제도가 있어 노인을 봉양할 수가 없습니다. 신에게는 늙은 아버님이 계시온데 차마 내다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법을 어기면서 까지 땅굴을 파고 은밀히 방을 만들어 부친을 봉양했습니다. 
신의 대답은 모두 아버님의 지혜이지 저의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원컨대 이후부터는 노인을 봉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왕은 노인의 덕으로 나라의 편안함을 얻은 터라 대신의 청을 허락했다. 그래서 대신의 부친은 왕사(王師)가 되었으며 국가와 백성에게 많은 공적을 쌓은 공로자가 되었다.

이후부터 노인에게는 오랫동안 갈고 닦은 지혜가 많다는 말씀이 전해지게 된 것이다. 


                                       잡보장경 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