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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 사리불의 옛 친구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부처님께서 옛날에 죽림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제자들과 함께 장마철이 되어 밖에 외출을 하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서 수행을 할 때의 일이다. 

 

 

그 때 사리불은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따로 장마를 피해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 곳 왕사성에서 석 달 동안 여름 수도를 마치고 사위국에 와서 기원정사에 묵고 있는 한 수행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사리불을 찾아와 절을 했다. 그러자 사리불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예, 저는 왕사성에서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왕사성의 세존께서도 수도하기를 시작하셨다는데 법체도 건강하시고 아무 병환도 없으시며 기력도 좋으신지요?” 

 

사리불은 그리운 세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동료들도 염려가 되어서 “많은 제자들도 세존을 모시고 건강히 지내시는지요?”

 

 

“선남선녀들도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 기뻐했는지요?”

 

“네, 부처님을 위시해서 모든 선남선녀들, 많은 제자들 승려와 바라문들까지도 세존께 예배하고 가르침을 듣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이런 대답을 듣고 사리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를 더 질문했다. 그것은 왕사성에 있는 옛 친구의 소식이었다.

 

“당신은 혹시 왕사성에 있는 다덴이라는 바라문을 아시는지요.”


“그는 내가 출가하기 전부터 친구였습니다.”


“네, 그분을 잘 압니다.”

 

“그러시다면 그 사람이 지금도 건강 합니까?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사리불은 옛 친구가 선남 선녀들과 같이 부처님의 좋은 제자가 되어 있을 것을 마음속으로 원했다. 그러나 수행자는 고개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은 왕사성에 와서 원기왕성합니다. 그러나 세존을 뵙지도 않고 또한 가르침을 받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즉, 다덴은 게으름을 피우고 정진하지 않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금계도 지키지 않으며, 왕에게는 바라문과 거사들을 나쁘게 이야기하고 바라문과 거사들에게는 왕의 욕을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선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예기치 않은 얘기를 들은 사리불은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한번 옛 친구를 만나서 직접 얘기를 들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사리불의 하기 수양이 끝났다. 


그래서 그는 곧 사위국을 떠나 왕사성으로 가서 죽림정사로 갔다. 

 

이튿날 사리불은 의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안을 걸식하면서 걷다가 다덴의 집을 방문했다.


그 때 다덴은 집밖에 있는 연못가에서 하인들을 혹사 시키고 있었다. 사리불이 오자 급히 와서 맞았다.

 

“잘 오셨소. 오랜만에 뵙는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사리불을 포옹하듯 하면서 집으로 안내했다. 얼마 후 점심때가 되자 좋은 음식을 차려 대접했다.

 

옛 친구의 대접에 사리불은 “자네 뜻만으로 충분하다네. 제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말게.”하고 말하면서 음식을 들지 않았다. 다덴은 야속한 생각이 들어서 사리불에게 이렇게 물었다.

 

“일부러 옛 친구 집에 찾아와서 한 끼의 공양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어째선가.”


그러자 사리불은 엄숙하게 말했다. 

 

“다덴, 자네는 정진하지 않고 계율을 어기며 바라문과 거사를 욕하고 바라문들에게는 국왕을 욕하고 있다고 하던데…….”


다덴은 옛 친구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사리불, 나는 집에서 가업에 힘쓰고 있네. 부모에게 효도하고 처자를 양육하고 하인에게 급여를 주고, 왕께는 세금을 바치고, 하늘에는 제사를 지내며, 선조를 숭상하고, 승려와 바라문에게는 보시를 하고 있는 등 모두 가르침대로 하고 있네.”

 

“다덴, 자네에게 묻겠는데 만일 어떤 사람이 부모님을 위해서라고 해서 제사 중에 나쁜 짓을 하여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하세.” 

 

“지옥에서는 나쁜 짓 때문에 옥졸들에게 고통을 받으면서 그 때 옥졸들에게 나를 다그치지 말라. 나는 부모를 위해서라고 변명했다면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죄를 면할 수 있겠는가?”

 

“사리불, 나는 부모를 위해서 저지른 죄라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

 

사리불은 다덴의 이 같은 대답을 듣고 다시 물었다.


“다덴, 여기에 처자들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하세. 그 악행의 인연으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져 ‘나를 괴롭히지 말라. 나는 처자들 때문에 나쁜 짓을 했으니까’ 하고 사정해서 그 고통을 면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네.”


이 대답을 듣고 사리불은 다시 이렇게 물었다.


“그러네. 이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인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하여, 선조들에게 공양을 하기 위해서 하늘(天)을 위함이나 바라문이나 거사 때문이라 해도 나쁜 짓을 저지르면 그 업보는 면할 수 없는 것이라네.”

 

“다덴! 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고 바른 업을 짓고 공덕을 쌓아 재산을 늘리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그리고 악행을 안 하면 부모는 그에게 ‘몸이 튼튼하여 수명을 다하여라.’하고 마음속으로 기원할 게 틀림없지만, 그리고 또 ‘너 때문에 마음이 흡족하고 즐겁다’고 기뻐할 것이다, 다만 그렇지 않을 때는 괴로워하신다네.” 

 

“부모의 귀여움을 받는 사람은 영원한 복덕을 얻게 되어 있다. 이런 마음으로 처자를 키우고 승려나 바라문에게 보시를 하면 모두들 그 사람의 건강과 수명이 길도록 빌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야.”

 

다덴은 사리불의 간곡한 설법을 듣고 마음이 괴로웠다. 그리고 결심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사리불,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이름은 단센이라고 하네. 그 여자에게 반해서 나는 제멋대로 행동하여 악업을 저질렀다네. 그러나 오늘부터 나는 그 여자를 버리고 자네에게 귀의 하겠네.”

 

“내게 귀의해서는 안 되고 내가 귀의한 부처님께 귀의 하게.” 


사리불은 다덴의 발심을 듣고 그를 위해 다시 간곡히 설법한 다음 왕사성을 떠나 남산으로 가서 숲 속에 머물렀다.

 

몇 달이 지나 어느 날 한 수행자가 사리불을 찾아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사리불이 묻자 그 수행자는 “저는 왕사성에서 왔습니다.” 그러자 사리불은 왕사성에 있는 친구 다덴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물었다. 

 

“왕사성에는 나의 옛 친구 다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아시는지요?”


“네, 잘 압니다.”

 

 

“여전히 건강하고 신심을 잘 닦고 있습니까?”

 

“열성 있는 수행자로 매일 부처님을 예배하고 설법을 배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건강을 해쳐 요새는 기력이 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에 운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리불은 옛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옷을 갈아입고 왕사성의 죽림정사로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죽림정사에 묵었다가 이튿날 아침 다덴의 집을 방문했다.

 

다덴은 친구의 방문을 매우 기뻐했다. 그래서 병상에서 일어나 영접하려 했다. 그러나 사리불은 이를 말렸다. 

“일어나지 말게, 도대체 어디가 아픈가?” 


“찾아와 주어 고맙소. 몸이 몹시 쑤시고 아파서 고통스럽소. 마치 힘센 장사가 내 머리를 밧줄로 묶는 것 같이 아프고 칼로, 배를 째듯 아프다네.”

 

다덴은 꺼지는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네는 내 물음에 솔직히 대답하게. 자네, 밑으로는 지옥에서 위로는 범천에 이르는데 어디가 제일 좋은가? 그리고 어디에 태어나는 것을 원하는가?”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범천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며 그 곳에 태어나고 싶네.”

 

“여보게, 부처님은 올바른 깨달음을 듣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신 분이네. 부처님은 범천에 태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네. 즉 자비심을 갖고 모든 집착을 버리며 노여움과 원한의 싸움이 없는 광대한 마음을 가지고 선업을 많이 닦아 욕념을 떠나면 명이 끊어져도 반드시 범천에 태어난다는 것이네.”

 

이렇게 설법하고 사리불은 다덴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왕사성을 떠나 부처님이 계시는 죽림정사로 향했다. 

사리불이 아직 죽림정사에 도착하기 전에 다덴은 가르침을 지켜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셨는데 사리불이 돌아오는 것을 보시고 수행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은 총명하고 변재(辯才)가 뛰어나고 실상의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는 다덴을 위해 범천의 법을 설해서 그를 교화하고 돌아왔다. 만일 그 이상의 교화가 필요하다면 그 것에 알맞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리불은 세존께 절하고 물러나 자리에 앉았다.

 

세존이 물었다. 

 

“사리불아, 너는 다덴을 가르치는데 왜 범천 이상의 가르침을 하지 않았는가?”

 

“세존이시여! 그들 바라문들은 범천에 애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요구에 응해 범천에 태어나는 법을 설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로 이를 따르고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법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제자들은 환희에 찬 채 가르침에 따랐다. 

 

 

                                       육도집경 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