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세존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어느 나라의 왕이 병으로 죽게 되었다. 그런데 왕자는 아직 어려서 왕위를 이을 수가 없었다.

그때 재산이 많은 수다라 라는 신분이 낮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많은 재력과 자기를 옹호하고 있는 많은 족속들을 믿고 완력으로 왕위를 빼앗았다. 그러나 반역으로 왕위에 오른 자가 올바른 정치를 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라 안의 장자나 바라문을 비롯하여 생각하는 사람들은 슬금슬금 외국으로 달아났다. 나라 안에 머물러 있는 뜻있는 사람들도 새 왕을 섬기며 정치에 가담하려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수다라 왕은 자기를 피해 외국으로 달아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알게 되자 이것을 막기 위해 수다라 족속들에게 엄중히 명하여 국경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다라 왕은 “즉위식을 올릴 때 향수를 왕의 정수리에 뿌려 왕위를 확인하는 의식을 맡아 보는 사람에게는 그 상으로 나라의 절반을 상으로 주며, 천상계의 감로 불사약도 나누어 줄 것이다.” 는 포고령을 내렸다.
왕의 포고를 듣고도 어느 누가 선뜻 지원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때 한 바라문 소년이 앞날의 일이 이대로 가다가는 바라문족이 심한 학대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아팠다.
바라문족이 계속 침묵을 지키다가는 난폭한 왕이 어떤 가혹한 보복을 가해 올 것이라고 생각 되어, 그는 마음속으로 큰 결심을 했다. 다행하게도 이 소년은 바라문의 수행을 쌓아 주술에도 통달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왕에게 가서, “대왕이시여, 제가 왕명을 받들어 관정사가 되고자 합니다.” 하고 말했다. 수다라왕은 소년 바라문의 말에 진심으로 반기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를 곧 관정사에 임명 했다.
그런 일을 전해들은 다른 바라문들은 이 소년의 엉뚱한 행동에 크게 분개하여, “적어도 바라문족이란 놈이 수다라 왕의 스승이 되다니 말이 되느냐? 그는 우리의 고결한 전통정신을 더럽힌 놈이다.” 고 비난하고 공격하여 소년을 크게 괴롭혔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이 결심한 바가 있는 소년은, 어떤 비난과 공격에도 마이동풍이 되어 도리어 자기의 깊은 꾐에 빠져 먼 생각을 알아보지 못해 동족들이 가엾기 까지 했다. 수다라 왕은 이 소년의 출현으로 관정사를 얻은 것에 의기양양하여 날을 택해 즉위를 올렸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나라의 절반을 소년에게 주었다. 이리하여 수다라 왕과 소년이 공동정치가 몇 해 동안 계속 되었다. 소년의 마음은 언제나 긴장하고 개운치가 않았다. 하루는 수다라 왕을 찾아가, “대왕이시여, 저는 동족도 배반하고 부모 형제도 배반하여 동족을 적으로 삼고 관정사의 임무를 다 했을 뿐 아니라, 대왕께 비밀의 주술까지 가르쳐 드렸는데도, 대왕은 아직도 나를 믿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조금도 대사를 소홀히 대접하지 않았는데요.” “그러시면 먼저 왕이 저에게 주시기로 약속한 불사의 영약은 아직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 그걸 깜박 잊고 있었군요. 대사가 잡숫고 싶다면 언제든지 드리겠으니 가져가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소년은 수다라의 허락을 얻어 불사의 영약을 가지고 돌아가 여러 대신들과 함께 먹었다. 모두들, “대사여,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맛입니다. 틀림없는 불사의 영약인가 봅니다.”
이 일을 전해들은 수다라 왕은, 소년이 신하들과 불사의 약을 먹으면서도 자기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먹으라고도 하지 않는 처사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대사여, 신하들과만 감로의 영약을 먹고 나에게는 보이지도 않으니 지나치지 않은가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소년은 시치미를 떼고 준비해 놓았던 독약을 감미라고 속여 수다라왕에게 권했다. 신이 아닌 왕은 그것을 불사의 영약으로 알고 한 입에 먹어 버렸다. 수다라왕은 독이 온몸에 퍼져 새파랗게 되어 몸부림을 쳤다.
소년은 바라던 때가 왔다고 생각하여 곧 선왕의 태자를 세워서 왕위에 오르게 하여 “대왕께서는 부왕의 뜻을 받들어, 바른 법을 세워 나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소년은 충성을 맹세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성공 시켰다. 모든 것이 예정한대로 되었으므로, 소년은 수다라에게 해독약을 먹여서 나라 밖으로 추방했다. 소년의 행동은 결코 바라문의 법에 위배 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소년의 행동을 미워하고 비난하고 원망했던 바라문들은 소년의 지혜로운 처사에 감탄하여, 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를 극구 칭찬하였다.
- 열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