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정의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법은 공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흠흠신서欽欽新書』를 저술하며 형법의 합리적 집행과 억울한 옥사獄事를 방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당시 사법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공정한 재판을 위한 중요한 지침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사법제도의 공정성과 신뢰 확보는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과 같은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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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피의자가 그 내용을 부인할 경우 증거로 인정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형사 재판과는 달리,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으로 평가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퇴행적 결정'이라 비판하며,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준수해야 할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법적 일관성이 결여된 판단이 내려질 경우 사법부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발전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법률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가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일관된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법 해석과 적용이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공정한 재판의 원칙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법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와 정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법적 정당성과 국민적 신뢰라는 두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며, 앞으로의 사법 운영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일관된 판단이 요구된다.
[曇華風月담화풍월]...“欽欽新書흠흠신서”
欽欽新書嘆世情흠흠신서탄세정
흠흠신서를 펼치고 세상을 한탄하며,
欽欽正義古今同흠흠정의고금동
흠흠한 정의는 예나 지금이나 같건만,
冤屈昭雪理自通원굴소설이자통
억울함이 밝혀져 풀리는 것이 이치에 맞건만.
法典分明刑不濫법전분명형불남
법전이 분명하여 형벌이 함부로 남용되지 않아야 하거늘,
何故枉曲任私風하고왕곡임사풍?
어찌하여 곡해하며 사사로운 바람에 맡기는가?
憲庭審判應公正헌정심판응공정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마땅히 공정해야 할진대,
豈可偏辭作證憑기가편사작증빙?
어찌하여 치우친 말이 증거로 쓰이는가?
國憤如潮聲震地,국분여조성진지
국민의 분노는 파도처럼 일어나 땅을 뒤흔드니,
誰還敢說是非中수환감설시비중?
이제 누가 감히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