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장규 기자 | 담양군 읍내에서 순창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천 년의 세월을 지켜온 담양 객사리 석당간(石幢竿)이다.

이 석당간은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에 위치하며, 고려시대에 처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1969년 보물 제505호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당간’은 원래 불교 사찰에서 법회나 의식을 알리는 깃발을 걸기 위해 세운 기둥이다.
이 깃발에는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도리를 드러낸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담겨 있어, 단순한 장식을 넘어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종교적 구조물로 여겨졌다.
당간은 대개 목재로 제작되었으나 대부분 세월 속에 사라졌고, 오늘날 남아 있는 석제 또는 철제 당간은 전국적으로도 매우 희귀하다.
특히 담양 객사리 석당간은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석당간 두 점 중 하나로, 그 희소성과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객사리 석당간은 인근의 고려시대 오층석탑(보물 제506호)과 함께, 이 지역에 크고 중심적인 절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현재 남아 있는 석당간은 조선 헌종 5년(1839년)에 중건된 것으로, 당시 비문에 따르면 그 이전에도 자연재해와 훼손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보수가 이루어졌다.
기단(지주)의 형식은 고려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중건 이전의 원형 또한 고려시대에 세워졌음을 뒷받침한다.
담양 지역은 예로부터 배처럼 생긴 지형이라 여겨졌으며, 주민들은 이 석당간을 배의 돛대에 비유하였다.
풍수적으로는 지형의 기운을 바로잡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설치물로 여겨졌고, 이러한 전설은 지금까지도 지역에 전해진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석당간을 ‘종대’ 또는 ‘짐대’라 부르며, 지역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여기고 있다.
객사리 석당간은 구조적 완성도와 보존 상태 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연꽃 문양이 새겨진 석제 받침 위에 가늘고 긴 팔각형 돌기둥 세 개가 위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음 부위는 쇠띠로 단단히 고정되어 내구성을 높였다.
기둥 꼭대기에는 이중 보륜(寶輪) 장식과 함께 풍경(風磬)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은은한 소리가 울린다.
그 위의 뾰족한 철침은 당시 낙뢰를 방지하는 피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부속 장식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객사리 석당간은 담양읍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도로변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해 있어 접근이 용이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단순한 문화재 감상을 넘어, 고려의 숨결과 담양의 정체성을 함께 느끼게 된다.
담양군 관계자는“객사리 석당간은 담양의 오랜 역사와 정신을 함께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유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