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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존자님의 세계일화(1)

초대법왕 일붕존자님의 일대기 태몽에서 열반까지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존자님의 세계일화(태몽에서 열반까지)
글쓴이 : 담  화
발행처 : 담화문화재단
협  찬 : 법왕청평화재단
편  집 : 법왕청신문사
책  값 : 무료배포 
배포처 : 법왕청평화재단 
초판인쇄 : 2009년 10월 10일(1만권발행)
판권소유 : 담화문화재단
주의사항 : 무단 전제 및 복제를 금함.
참고사항 : 이 글은 초대법왕 일붕존자님의 일대기 태몽에서 열반까지를 정리한 글로서 총25회에 걸쳐 연재해 드립니다.  
 

 

1. 탄생을 알리는 태몽

 20세기 초, 1914년. 국제적으로는 오스트리아가 사라예보 사건을 빌미삼아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여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화학당 설립, 조선호텔 준공 경원선과 호남선 개통이 있었다.
이보다 1년 전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제주도 남제주군 중문면 도순리 331번지(지금의 서귀포시 도순동). 이천 서씨 공도공파의 중시조격인 제주목사 10대 장손 서봉진 선생과 11대 장손 서성현 부자가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50여 가구가 오손 도손 모여 사는 조그마한 마을로, 고기를 잡기도 하고 밭을 일구기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바다바람에 따사로운 봄기운이 실려 오는 1913년 5월 어느 날 밤, 이씨 부인은 몸을 뒤척이다 눈을 떴다. 신기하고 이상한 꿈을 꾼 것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태몽이 아닐까'하고 낯을 붉혔다. 
 이런 꿈이었다.
 갓 피어난 개나리꽃보다 더 노란 색깔의 옷차림에 긴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노스님이 신비하고 오묘한 흰 구름이 자욱하게 싸인 한라산 꼭대기로부터 미끄러지듯 날아 내려왔다. 
 백발의 노스님은 이씨 부인 앞에 서더니, 품안에서 사방팔방으로 영롱한 빛을 비추는 푸른 옥구슬을 꺼내어 건네주며 말했다.
 "이씨 부인이시어, 이 옥구슬을 받으시오."
 깜짝 놀란 이 씨 부인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소곳한 몸가짐과 정중한 목소리로 그 노스님께 물었다.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신 스님이시온데 이런 값진 보물을 저에게 주시는 것이옵니까?"
 "나는 한라산 백운사에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이 옥구슬을 전할 곳을 찾았으나 마땅히 전해줄 데가 없었으나 이제 귀댁에 인연이 닿아 전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인연이니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말고 이 옥구슬이나 받으시오." 
이 씨 부인은 거듭 물었다. 
 "이처럼 진귀한 옥구슬을 어찌 아무 까닭도 없이 거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일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인 전세에서 지은 인연에 따라 되는 것입니다. 대가는 무슨 대가고 까닭은 무슨 까닭입니까? 부인은 전생에 이 옥구슬을 받을 만한 인연을 지었고 나 또한 그 인연에 따라 드릴만 해서 드리는 것이니 여러 말씀 마시고 어서 받기나 하십시오." 
 이 씨 부인은 사양해서 될 일이 아님을 깨닫고 두 손을 모아 노스님이 건네주는 옥구슬을 소중히 받았다. 옥구슬에는 부인이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스님, 인연 따라 주시는 것이라니 받기는 받았습니다만 옥구슬에 새겨진 글자가 무슨 뜻인지나 가르쳐 주십시오."
 "네, 그것은 '삼장전인'이라는 네 글자입니다."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멀지 않아 부인께서 아들을 얻으시면 그 아드님이 장차 삼장법사라는 이름을 가진 큰 인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삼장법사, 삼장법사, 삼장법사…" 
 이 씨 부인은 수없이 되뇌며 그 뜻을 알고자 애썼으나 도무지 삼장법사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스님,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삼장법사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부인께서는 지금 이 노승이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르실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어찌 여러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장차 태어날 아드님이 자라면 저절로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니 더 이상 묻지 말고 그 옥구슬이나 고이 간직하옵소서."
 말을 마치자 노란 옷을 입은 백발의 노스님은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할아버지 서봉진 선생도 새벽에 꿈을 꾸었다. 역시 노란 옷을 입은 백발 노스님이 나타났다.
 "댁에 귀한 아이가 탄생할 것이니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여 키우십시오. 장차 그 아이가 자라 공부를 많이 하여 모든 이치를 깨닫게 되면 하늘 밑의 구름을 헤집고 날아다니며 천하를 주름잡고 온 세상을 누빌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노스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 이상한 꿈이구나' 라고 생각한 할아버지 서봉진 선생은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집안 곳곳을 쓸고 동네 어귀까지 말끔히 청소했다.
 순박하고 착했던 할아버지는 그렇게나마 귀한 자손을 맞이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천 서 씨 집안에 대를 이을 장손이 태어났다.
 갓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 이 씨 부인의 태몽과 할아버지가 꾼 꿈을 뒷받침이나 하듯 피부가 유난히 희고, 이목이 수려하고, 골격이 단단하게 생긴 옥동자였다.
 이천 서 씨 집안에는 더 없이 귀한 장손을 얻은 기쁨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산모도 건강했고 갓난아이도 탈 없이 건강해 그 기쁨이 더욱 컸다.
 아버지 서성현 선생은 문밖에 내걸 금줄을 능숙한 솜씨로 신나게 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할아버지 서봉진 선생은 항렬자인 '경'자를 붙여 '경보'라고 이름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