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김학영 기자 | 1994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2회 세계불교법왕청 총회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세계불교평화의 날’로 제정한 사건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불교가 세계 평화의 중심 철학이 될 수 있음을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당시 한국의 일붕 서경보 스님과 스리랑카의 찬다난다 스님이 공동 법왕으로서 함께 선포한 이 결정은, 불교권 국가 간 연대의 첫 결실이자 동서 불교의 조화로운 통합의 상징이기도 했다. ‘우주는 하나,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법어 속에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모든 생명의 공존과 평화를 향한 불교의 다짐이 담겨 있었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그 선언은 일회성 행사로 끝났는가? 아니다. 그날의 외침은 오늘도 되살아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전쟁과 분열,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핵무기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고, 종교 간 충돌과 환경 파괴는 새로운 위기로 다가온다. 이럴 때일수록, 30여 년 전 선포된 ‘세계불교평화의 날’의 가치는 더욱 절실하다. 평화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속 이어져야 한다. 실천과 전승으로 삶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불교는 침묵 속의 외침이다. 수행은 조용하지만 그 목적은 크다. 세상에 평화를, 마음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불기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 법왕청 이사장 봉축 법어입니다. 一切衆生 悉有佛性 일체중생 실유불성 모든 중생은 부처님의 성품을 지녔습니다. 應當自覺 勿尋外境 응당자각 물심외경 진리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며, 밖에서 찾지 마십시오. 一燈能破 千年之暗 일등능파 천년지암 등불 하나가 천 년의 어둠을 밝힙니다. 微慈化苦 愍念群生 미자화고 민념군생 작은 자비가 고통을 녹이고, 모든 중생을 어루만집니다. 怨親平等 同體大悲 원친평등 동체대비 원수와 벗을 평등히 여기며, 하나 된 자비로 품어야 합니다. 今此佳辰 如來降誕 금차가신 여래강탄 오늘은 여래께서 이 땅에 오신 거룩한 날입니다. 發心照世 慈光普照 발심조세 자광보조 우리의 발심이 세상을 비추고, 자비의 광명이 두루 퍼지기를. 願以此燈 功德無量 원이차등 공덕무량 이 등불의 공덕이 무량하게 펼쳐지기를 발원합니다. 願世和平 汝心慈悲 원세화평 여심자비 세상에는 평화가, 그대 마음에는 자비가 머물기를... 불기 2569년 사월초파일 (財)法王廳 平和財團 (재)법왕청 평화재단 理事長 曇華總師 合掌 이사장 담화총사 합장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벽사초불, 그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벼락처럼 다가오는 삶의 번뇌와 고통, 어둠 속을 헤매는 중생의 마음을 위하여 이곳에 우리는 ‘벽사’라 말하노니,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함이요. 또한 ‘초불’이라 부르노니,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이끌어 맑은 빛으로 길을 밝히고, 희망과 평안을 되찾게 하기 위함이라. 이 도량은 벗어남과 맞이함이 공존하는 곳이니, 불행은 떠나가고 복된 인연은 다가오는 진정한 귀의처歸依處요, 위안의 터전이 되리라.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의 삶 또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게 되리라. 벽사라 말하고, 초불이라 부르라. 그리하여 이 정사精舎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걷어내고 불佛의 길을 밝히는 곳이 되리라. 벽사초불 정사 낭독문 한 구절씩 천천히, 목탁에 맞춰 낭독하거나 걸음에 맞춰 조용하게 따라해 보세요. 벽사라 말하니, 나쁜 기운 물러가고 초불이라 부르니, 부처님의 빛이 오네 벽사라 말하니, 번뇌와 괴로움 사라지고 초불이라 부르니, 지혜와 자비가 피어나네 이 문을 들어서면, 나도 새로워지고 이 마음 비우면, 복이 다가오네 말하라, 벽사라 부르라, 초불이라 어둠을 걷고 빛으로 가는 길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우리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로 기쁨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번뇌를 마주합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 내 안의 기대, 과거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모든 것이 우리 마음을 달구고, 때로는 부서지게 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그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괴로움을 억누르지도,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 불길 속에 스스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느끼는 분노와 슬픔, 억울함과 두려움, 집착과 후회, 그 모든 감정을 선禪의 용광로鎔鑛爐에 넣으십시오. 쇳덩이가 불 속에서 본래의 빛을 드러내듯, 마음의 고통 또한 그 불길을 통해 녹고 다듬어져 마침내 자비와 지혜가 됩니다. 선이란 멀리 있는 특별한 가르침이 아닙니다. 선은 지금, 여기, 이 순간에 깨어 있음입니다. 선은 바라보는 힘이며, 선은 마주 앉는 용기입니다. 선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며, 타인을 품는 빈 그릇입니다. 참선은 그 불입니다. 관조는 그 바람입니다. 깨달음은 그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선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껴안아 그것을 통찰로 바꾸는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사람들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합니다. 모양이 있는 것, 색이 있는 것, 이름이 붙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요.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거꾸로 말합니다. “無相을 觀하라.” 형상이 없는 것을 보라 하십니다. 왜일까요? 형상은 덧없고, 마음은 움직이며, 세상은 늘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상을 관한다는 것은, 형상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기르는 일입니다. 꽃은 피고 지고, 물은 흐르고 말라가며, 사람의 마음도 매 순간 바뀝니다. 이 모든 것이 상(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텅 비어 있으면서도 충만한 '진실한 자리', 그것이 바로 무상이요, 공空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합니다. 겉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좋고 싫음에 얽매이지 않으며, 있다, 없다를 넘어선 참된 자리를 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무상을 본다는 것은, 곧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해탈로 가는 길입니다. 형상이 없기에, 물들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으며,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눈을 감고, 생각을 놓고, 무상無相을 관해보십시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볼 수 있을 때, 진짜 나도, 진짜 세상도 보이기 시작할 것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일붕의 도미로 활기를 띤 세계선 센터 건축은 미국불교단(ABO)과 재미 한국불교회가 샌프란시스코 미국불교단 본부에서 설립위원회를 조직함으로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설립된 일본 조동종 선 센터를 능가하는 건물을 짓기로 합의했다. 당시 미국 포교 80년이 된 일본 불교도 시즌에 의한 22만 평의 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일붕을 따르던 제자들은 한국 불교의 전진 기지가 될 세계선 센터가 세계불교도대회를 치를 만한 수준이 되어야 일본 불교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후원자들은 심사숙고한 결과 한국의 전통적인 사찰인 <불국사>를 모델로 하여 전문적인 선 센터는 석조 돔형으로 짓고, 일반 신도가 사용할 도량은 양옥으로 지어 동서양의 건축을 조화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알려지자 인근의 목재업자는 한국 고대 건축씩 사원을 짓는데 소요되는 목재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필라델피아 불교신도회 회원인 러셀 씨는 일붕의 저서 <오색주>와 <한국 불교사화>를 극으로 각색하여 뉴욕의 시내 극장에서 공연하고, 그 수입금을 후원 회비로 내놓겠다고 했다. 또 어떤 신도는 일붕의 포교 활동을 담은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의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손가? 오호라, 나의 몸이 풀 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녕히 이르시되, 마음 깨쳐 성불(成佛)하여 생사윤회(生死輪廻)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不生不滅) 저 국토(國土)에 상락아정 무위도 (常樂我浄 無爲道)를 사람마다 다할 줄로 팔만 장교 유전(八萬藏教 遺傳)이라 사람 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 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大綱)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끽반(着衣喫飯) 대인접화(對人接話) 일체처 일체시(一切處 一切時)에 소소영영 지각(昭昭靈靈 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妄想煩惱)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 때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神通妙用)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疑心)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를 때 물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통한 포교를 주장하던 일붕은 불교대학장 취임을 계기로 두 가지의 일을 추진했다. 「포교실수(布敎實修)」과목 신설과 동국대 신입생 전체의 교양과목으로 참선을 의무화시킨 일이다. 70년 1학기부터 불교대학 출신들의 취직 알선, 포교 활동 근거 마련, 국외전도 포교사의 자질 향에 연이어 초청되었다. 상과 양성 등을 위해 신설한 '포교실수' 과목은 철학과 4학년이 수강하도록 했는데, 학장을 맡은 일붕이 직접 담당하여 이 과목을 이수한 자에게만 군승(軍僧) 및 포교사 자격증을 부여했다. 이 과목의 신설은 다음 해 4월과 5월에 걸쳐 실시된 '예비역 군승장교후보선발'을 미리 내다본 조치로 다수 학생이 혜택을 입었다. 국방부 군종 담당관실과 불교 문화연구소에 원서를 접수하여 소정의 시험을 거친 후 합격한 학생에게는 징병(징집) 검사에서 제외되는 한편 졸업 후에는 군종장교 중위로 임관하는 길이 트인 것이다. 이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 <포교 전도법 개론,布敎傳道法槪論>인데, 이 책은 최초의 근대적인 포교 방법론을 담은 역저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 잡지 <법시, 法施>에 70년 11월부터 71년 1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1970년, 법랍 39세, 세수 57세가 되는 경술(庚戌)년 국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개통, 신민당 대통령 후보에 김대중 지명, 박정희 대통령 남북통일에 관한 8.15선언, 전태일 분신자살, 마포 와우아파트 붕괴, 한강 변에서 정인숙 여인 피살, 한글학자 최현배사망, 光州경찰서 미니스커트 착용자 8명 즉심 회부 등이 발생했다. 불교계에서는 문공부가 대처승단인 한국 태고종단 등록을 인정한(5.9) 일이 생겼으며, 세계불교 지도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려(10.10-16) 21개국 대표 76명이 참가했다. 국제적으로는 영국 버트런트 럿셀 사망, 중국 첫 인공위성 발사, 프레이저가 알리를 이겨 헤비급 챔피언 획득,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前 대통령 타계, 로마교황청 재산공개, 낫세르 통일아랍 대통령 타계, 프랑스 드골 전 대통령 타계, 닉슨 유고 티토와 정상회담 등이 있었다. 유달리 전직 원수들이 많이 사망한 해였고 '여성 상위시대'라는 유행어가 나돌고 '검은 고양이 네로'란 유행가가 골목마다 울려 퍼진 70년대의 첫 해였다. 겨울방학을 맞이했음에도 더욱 바빠진 일붕은 전국을 돌며 세미나와 강연을 했다. 1월 11일 오전 10시 30분, 동국대 비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이 시는 "끈기와 희망을 품고 나아가면 결국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불정사 사찰에 신도들이 이 시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나무에 새겨 환구단圜丘壇 주변에 글귀로 남겨두고자 함이다. 愚翁大志不可量 우옹대지불가량 우공의 큰 뜻은 헤아릴 수 없고, 千年巨石亦可降 천년거석역가강 천 년 묵은 거대한 바위도 옮길 수 있으니라. 心懷夢想路必開 심회몽상로필개 마음에 꿈을 품으면 길은 반드시 열리고, 苦行不止福自訪 고행부지복자방 고행을 멈추지 않으면 복이 스스로 찾아오리라. 雲散風和晴日照 운산풍화청일조 구름 걷히고 바람 고요하니 맑은 해가 비추고, 山前松柏亦生光 산전송백역생광 산 앞의 소나무와 잣나무도 빛을 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