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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깨달음을 얻은 설산 동자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8. 깨달음을 얻은 설산동자 


설산이라 부르는 한 구도자가 있었다. 그는 세상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고난이라도 서슴치 않고 수행의 도를 찾아 헤맸다. 이러한 설산동자의 태도에 대해 제석천(帝釋天)은 의문을 품었다. 
“이 세상에 부처가 출현하면 중생의 모든 고뇌를 없애므로 한 없는 행복을 얻을 수가 있을 텐데, 실제로 수도자는 많아도 부처가 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한심한 일이 아닌가?”
인간은 설사 착한 마음을 가진 자가 있다고 해도 약간의 어려움만 당하면 착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설산동자의 고행이 지금은 아무런 곤란함이 없다고 해도 만약 뜻하지 않게 역경에 처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불안해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제석천은 설산동자의 수행의 진위에 대한 척도를 가리기 위해 설산동자의 마음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순금은 세 가지 시험을 거쳐야 한다. 즉 태우고, 두드리고 갈고, 그 진가가 판명되어진다.

설산동자에게도 이 세 가지 방법으로 시험해 보자.”
제석천은 이렇게 결심하고, 보기에도 무섭고 끔찍한 살인귀 나찰로 변장하고 천궁을 떠나 설산에 내려와 고행으로 수도에 전념하는 설산동자 앞에 나타났다.

설산은 살인귀 나찰을 보고 깜짝 놀랐으나 원래 두려움이 없는지라 조용히 나찰을 바라보았다. 
나찰과 동자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서운 형상을 하고 나타난 나찰이 입을 열었다.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다. 이는 생멸(生滅)의 법이니라.” 
부처가 설한 게송을 우렁차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설산동자는 한편 놀라면서 마음속으로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이 얼마나 황홀한 말인가! 하늘의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랴! 바다에 빠진 사람이 배를 만나듯 혹은 사막에서 물을 보듯 설산동자는 악마 앞에 자신이 찾고 구하는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말한 게송은 누가 말한 것이오? 원컨대 그 다음 말을 들려주시오.” 
그는 일어서서 사방을 보고 말했다. 
그러나 그 근처에는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다만 무서운 얼굴을 한 나찰뿐이었다. 나찰이 이렇게 고마운 말을 했을 리는 없을 텐데, 설산동자는 이 같이 생각하고 한발 다가서면서 나찰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와 같은 훌륭한 말을 어디서 들었습니까?” 
지금 말한 그 게송은 “전세, 현세, 내세의 삼세를 통하여 모든 부처의 바른 도(道)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수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정도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그 게송의 전부를 들려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찰은 차갑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바라문이여! 그런 것은 내게 물어도 소용이 없다.

나는 며칠 동안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마음이 산만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을 뿐이다. 깨닫는 것이 무엇이며 게송 어떻게 하는 것은 내 알바가 아니다. 그보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겠는가?” 
“대사여! 잘 알았습니다. 정말로 시장하시다면 공양을 바치겠습니다. 만일 대사가 게송의 전부를 들려주시면 나는 평생토록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바라문이시여,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배고파 죽을 지경이니 먼저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말할 기력이 없다.” 
하지만 설산동자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오랜 고행 끝에 찾아낸 광명이다. 설산동자는 재차 묻기를 “그러면 무엇을 잡수시겠습니까?” 고 물었다. 
“바라문이여! 그런 것은 묻지 말라. 배는 고프지만 무엇을 먹겠다고는 말할 수가 없구나! 그것을 말하면 그대는 놀라 자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놀란다고 하지만 나는 진리를 찾는 몸,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부디 잡수실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말하겠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사람의 구운고기다.

그리고 마시고 싶은 것은 사람의 피다. 즉 나의 음식은 사람의 살과 피니라. 그러나 인간은 여러 가지 복덕(福德)을 지니고 있으면서 하늘의 수호를 받고 있으니 내가 죽여서 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먹을 것을 손에 넣을 수가 없어서 오늘까지 굶고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설산동자도 이 말에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구도열에 불타는 동자는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나는 게송을 듣고 싶습니다. 다 듣고 난 다음에는 나의 육체야 어찌되든 상관이 없으니, 만일 당신께서 좋으시다면 이 몸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다행히 지금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니 이 몸을 버린들 무엇이 아까우리까?” 고 말했다. 설산동자의 삶과 죽음을 넘어선 말을 듣고서도 나찰은 의심이 풀리지 않는 듯 다시 묻는다. 
“그러면 그대는 나머지 게송을 듣는 것으로 그 몸뚱이를 내게 바친다는 것인가? 그런 말은 믿을 수가 없다.” 
“아닙니다. 흙으로 만든 그릇을 버리더라도 그 속에 든 보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그릇을 버릴 것입니다. 나도 그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대의 육체를 먹는다는 조건으로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리라.” 
설산동자의 마음은 진리를 찾는다는 일념으로 불타올랐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사슴가죽 옷을 벗어서 땅에 깔아 법좌를 만들었다. 
“부디 여기에 앉으셔서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십시오.” 
나찰은 나머지 게송을 말하기 시작했다. 
“생과 사를 없이하고 적멸(寂滅)을 오직 즐거움으로 삼을 따름이다.” 
말을 마친 나찰은 이렇게 재촉했다. 
“바라문이여!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었다. 그대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약속대로 너의 몸뚱이를 먹게 하라.” 
설산동자는 이의가 없었다. 그의 마음은 한없이 기쁨에 넘쳤다. 
“확실히 생멸무상의 세상에서 생과 멸의 대립에서 허우적거리는 한 우리는 결코 진정한 마음의 평안이나 스스로 만족하는 기쁨을 얻기란 힘든 일입니다.” 
설산동자는 조용히 말하고 머리를 숙여 나찰에게 절을 했다. 설산동자는 잠시 생각했다. ‘이대로 내가 죽으면 제행무상(諸行無常), 적멸위락의 게송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없다.

그러면 자신이 고행을 해서 얻은 깨달음도 뜻이 없게 된다.’ 그래서 설산동자는 근처의 돌과 나무에 손닿는 대로 이 게송을 써놓고 난 다음 나찰에게 말했다. 
“자! 이제는 됐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나무위에 올라가서 떨어지겠으니 당신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받아 자시오.” 
“좋다. 그대는 이러한 게송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단지 열여섯 글자지만 이 게송은 전세, 현세, 내세, 의 삼세를 통하여 제불(諸佛)의 가르침 올시다.” 
설산동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높은 나무에 올라가 몸을 날렸다.

악마의 얼굴을 가졌던 나찰이 어느 새 원래의 제석천의 모습으로 변하여 조용히 동자를 받아 땅위에 세우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당신이야말로 진짜 보살이십니다.” 

 

                                        열반경 제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