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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남편과 마음을 같이 하는 아내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담화의 저서 중에서...욕망은 횃불 같다. 

 

 

11. 남편과 마음을 같이 하는 아내 


어떤 마을에 네 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람이 있었다. 
첫째 부인은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로 앉거나 일어서거나, 일을 할 때나 쉴 때나,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사랑스런 아내였다. 
둘째 아내는 갖은 고생 끝에 다른 사람과 다투어 힘들여 얻은 여자로 늘 곁에서 재미있는 말을 주고받지만 첫째 부인만큼 사랑하지는 못했다. 
셋째 부인은 때때로 만나는 사이였고, 넷째 부인은 거의 하녀와 다름없이 생각하는 존재였다.

혹심한 노동을 하며 오직 남편만 생각하는 아내였지만 마음속에는 넷째 부인의 존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날 그 남편은 자기가 집을 떠나서 외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 남편은 떠나기 전에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첫째 부인을 불러서, “내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야 하겠는데 나와 같이 가지 않겠는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첫째 부인은, “저는 당신을 모시고 떠날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라고? 나는 누구보다도 당신을 가장 사랑 했었는데 같이 가지 않겠다함은 무슨 말이오.” 
“아무리 나를 사랑했다고 하나 나는 당신과 같이 갈 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첫째 부인의 무정함을 원망하면서 둘째 부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둘째 부인도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첫째 부인도 안가겠다는데 어찌 제가 갈 수 있겠습니까?”

그는 제차 말하기를 “나는 당신을 얻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고 굶주림과 갈증을 참고 어떤 때는 물이나 불 속에 뛰어 들어가면서도 당신을 찾으려고 애썼는데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이요.” 라고 말했다. 
“그것은 당신이 마음대로 나를 얻은 것이지 내가 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먼 곳까지 여행을 따라 다니며 고생을 해야 합니까?” 
남편은 둘째 부인에게도 거절을 당하자 셋째 부인을 불러서 “당신만은 나와 함께 가주겠지요?” 고 말했다. 그러자 셋째 부인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의 은혜를 입었으니 성 밖까지는 배웅해 드릴 수가 있으나 외국까지 동행하기는 사양 하겠습니다.” 
그는 셋째 부인의 무정함을 탓하며, 다시 넷째 부인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나는 이 나라를 떠나서 외국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부인께서 나와 함께 갈 수 있겠소?” 
넷째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는 부모의 슬하를 떠나서 당신을 섬기는 몸입니다.

슬프거나 기쁠 때나, 잘 때나 일어날 때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당신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 모시겠습니다.” 했다.

그는 늘 사랑했던 세 아내와는 동행을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넷째 부인과 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 얘기에서 마음은 살아 있는 세계를 표현한 것이고 먼 외국은 죽음의 나라를 뜻한다. 
남편은 인간의 혼을 의미하는 것이다. 
첫째 부인은 인간의 육신을 뜻하여, 육체를 사랑하는 것은 첫째 부인만을 사랑했던 남편과 같아서 생명이 끊어져 죽으면 혼은 현세의 죄와 복을 등에 지고 혼자 쓸쓸하게 떠나가지만, 육체는 지상에 쓰러져 함께 가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부인은 인간의 재산이다. 많은 고생을 해서 모은 재산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다는 얘기다. 
셋째 부인은 부모, 처자, 형제, 친척, 친구, 고용인을 뜻한다.

생전에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잊기 어려운 사이지만 세상을 떠나면 슬피 울며 묘까지는 따라 갈 수 있으나, 그러나 죽은 자를 땅 속에 묻고 나면 제각기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느 기간이 지나면 죽은 사람은 잊어버리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살게 된다. 
넷째 부인은 인간의 마음을 뜻한다. 세상에는 자기의 마음을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이 적다. 모두 마음을 방치하고 뜻대로 내버려 두어서 탐욕하고 분노하며 바른 도를 얻지 못한다.

그리하여 목숨이 끊어져 지옥에 떨어져 악귀의 고통을 받는다. 이것은 마음을 사랑하고 마음을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잡아함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