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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정하 기자의 기획 시리즈] 이 시대의 거장전 Ⅲ

한국 리얼리즘의 1세대 대표작가 구자승 화백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화백은은 1970년대와 1980대에 걸쳐 탄탄한 구성력과 밀도감 있는 묘사력을 가진 자연주의 작가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그는 “사물이 거기 그 자리에 있다”며 스스로도 개입하길 원치 않는다.

 

 

작가는 단지 거기 그 자리에 그들을 놓는 일을 할 뿐이다. 화백은 정물이든 인물이든 항상 정태적이고 관조적인 이미지를 지향한다.

 

 

간단히 눈으로 이해되는 그런 외적 형태미에 주력하는 그림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적인 세계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탄탄한 구성력과 치밀한 묘사력으로 한 치의 허술함도 없이, 정말 한 찰나를 화면 속에 담는 데 성공한 그의 작품은 ‘정물화’라는 단어보다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배경 없는 정물, 맑고 현대적인 색감, 이지적인 배치, 절제된 표현으로 화백의 작품은 아주 현대적이다. 


작가는 풍경, 정물, 인물 등 모든 대상을 화면에 담지만, 특히 그의 꽃 그림은 따뜻한 사색에 잠기게 하는 매력과 감성적 서정미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은 “내 그림의 표정을 통해, 순간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하는 작품으로 정물을 그릴 때 보여주는 태도가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키며 흔들리는 대상을 돋보기로 보듯이 정확하게 보고자 한다며 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했던 동어반복(同語反覆)의 사상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백의 정물은 자연을 바라보는 냉엄하면서도 인색하기조차 한 객관주의 화풍인 그의 풍경화나 인물화에서 보듯이 전반적으로 삶의 일상성 속에서 초탈해 있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화가들이 자연을 관찰의 대상이기보다는 감정의 반응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사생의 의미는 달라지게 되었다.

 

 

그것은 대상을 자연의 시간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며 조정하는 마음의 시간으로 대상을 멋대로 이해하려는 자아론적인 사물관을 뜻한다. 

 

한국 리얼리즘 최고의 작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 화백의 작품은 사진같은 그림으로 정평이 나있다.   

 

 

절제된 구성과 구도, 소재의 집중화, 동양화의 여백 개념에 근거한 독특한 비움의 표현은 화백의 시그니처다. 

 

작품에는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내적인 사유를 옹호하는 동양적인 세계관이 드러난다.

 

그는 화폭에 많은 공간을 즐겨 도입하는데 이는 동양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 개념에 근거한다.

 

 

마치 이조 백자의 문양 없는 표피처럼 지극히 단순하며 간결한 이미지는 시간이 흐름이 멈추어 있는 것만 같은 순간을 극대화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프랑스 미술 비평가 호제뷰이어는 “구자승의 그림은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은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며 극찬한바 있다.


구자승 화백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Ontario College of Art를 졸업했다. 상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후 정년 퇴임, 현재 전업작가로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세계리얼리즘 회화전(일본) 외 국내외 500여회의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16회의 개인전, 12회의 부부전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모나코 국제현대미술제에서 조형예술상, 파리 Salong Violet에서 은상, 광주 직할시문화상 및 오지호미술상과 올해의 최우수미술인상(2010년)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