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재)일정불교문화원 원장 일정대종사 오늘의 법문 1 / 부처는 어디에 계신가의 기본적인 할문基本的인 疑問  

 

우리는 불교를 믿으면서도 어디에 부처가 계시는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신자는 산으로 사찰로 찾아 다니면서 부처가 나타나서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데 있다. 불교佛敎의 경마다「중생과 제불이 일리제평一理齊平하다」「일체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부처님 몸이 법에 충만하다 하는 말씀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일체중생이 모두 부처요 부처가 모두 중생일 터인데, 그렇다면 나도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내가 나를 살펴볼 때 절대로 부처는 아니다. 또한 일체중생을 보아도 부처가 아닐 뿐 아니라 부처를 닮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무엇이 판단되었기에 이런 엉터리 말이 나왔단 말인가?

그렇다고 부처님 말씀을 엉터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며 내가 나를 잘못 보았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잘못 보지 않은 이상 부처님 말씀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부 터 이런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일까요?

이 말은 이렇다. 나는 나의 관점에서 나를 본 것에 불과하고 부처님은 부처님의 관점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보는 것도 잘못된 바가 없고, 부처님이 하신 말씀도 거짓이 없는 것이다.

어느 청명한 가을날 고산 지대에 있는 절에 있을 때이다.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맑고 태양은 눈부시게 비추어, 시야가 하나도 가리어진 것이 없이 드러난 듯한 頂上들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골짜기를 굽어보면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서 전 세계가 온 세계에 파묻혀 있는 듯한 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때 산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이 있어 그자의 말을 들어보니 지금 하계下界는 매우 큰 비가 쏟아지고 있어 강물이 넘쳐 흐르고 돌담이 무너지는 등 수해가 많다는 것이다。이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데 발아래 세계에는 천둥에 비가 내리다니 이게 무슨 조調란 말인가?

이곳이 청명하다는 것도 사실이고 下界가 비가 온다는 것도 사실이라면 같은 하늘 아래 태양은 사사私私없이 평등平等하게 비추었건만 다만 구름의 농간으로 상계하계上界下界가 서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니 이곳에 앉아서 세계가 청명하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 없고, 하계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구름이 걷히고 비가 개면 위나 아래 세계가 똑같이 될 터인데 이 경계를 가르는 것이 오직 비일 뿐이다.

인간에게도 태양太陽과 같은 고귀한 불성이 있으나, 구름과 같은 번뇌 망상이 끼어서 불성을 가리므로 아무리 보아도 불성은 보이지 않고 번뇌 망상만 보이나니 진 불성을 찾아보려던 먼저 애써 마음에 있는 번뇌 망상을 벗겨 버리도록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우리가 하려고만 한다면 노력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불성을 얻는 일이「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은 하기도 전에 「안 되는 일 하고, 규정지어 버리는 자기고정관념自己固定觀念 때문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결단을 내려서 자기가 건너야 할 바다를 건기를 위하여 항해를 단행하여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떤 사람은 막연히 자기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로 단정하여 버린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육체 의지를 겨루어 보기도 전에 정신적으로 패배하여 버린 패배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우리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하면 되고 그것을 달성하면 비교도 할 수 없는 광명과 행복이 보장되건만 왜 이를 거절한단 말인가?

이는 정신 분석적인 면에서 볼 때 자기 망상에서 헤나지 못하고 포로가 된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보다 향상되고 이상적인 차원을 추구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필수적이다. 하물며 부처는 데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고 하는 데야 어찌 적은 노력으로 큰마음의 광명을 쫓아 추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만일 부처라면 한때가 언제인가?

 

 

금金이 다시 광석鑛石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부처는 다시 하는 법이 없으니 나는 다만 깨닫지 못한 부처일 뿐이요 모든 여래는 이미 깨달은 중생衆生이니 그 점이 나와 부처가 구별되는 점일 뿐이 벽만 헐어 버린다면 나와 부처가 평등平等하다고 하기보다 나도 없고 부처도 없게 되는 것이다.

태양은 동東에서 떠서 서西 쪽으로 진다.  박연암朴燕岩이 요동을 지날 때 하루가 걸렸다. 연암은 말하기를「태양이 밑에서 떠서 밭으로 진다.」라고 하였다.

산에 사는 사람은 해가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진다고 말하며, 바다에 사는 사람을 해가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태양은 언제나 가만히 있는 것, 태양 자체는 뜨는 일도 지는 일도 없다。다만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서 사람들은 뜨고 진다고 말할 뿐이다.

 

그뿐 아니라 구름이 끼거나, 폭풍우가 오거나, 밤이 되어도 항상 태양광선은 그대로 있을 뿐이다.

이 이치를 파악만 한다면 부처님과 나와의 사이에 미묘한 이치가 짐작되리라 생각한다….

부처님은 항상 불성으로써 집안에 묻혀있는 보장、옷 속에 달려진 명주明珠에 비유하였다.

이는 하늘이 가린 것도 아니요. 지구가 가린 것도 아니요.  또 어느 누가 감춘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알지 못했을 따름인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있는 것을 가끔 말하였지만 고지 듣지 않고 있다가 인제 와서는 부처님이 깨우쳐 주시는 말씀까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는 내게 불성이 있던가를 모를 뿐 아니라, 나아가서 불성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는 현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내가 서 있는 입장에서 부처님의 금강 좌를 바라볼 때는 이수일정里數日程으로 따질 수 없어서 아주 절망한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서 남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자기가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자경이란 책을 쓴 야운野雲조사는 그 책 속에서 이런 말을 하셨다.

「모든 부처님도 옛적에는 모두 나와 같은 범부였다。저들이 대장부일진대 너 역시 대장부이다 다만 하지 않을 따름이요,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라」 하였다. 좋은 말씀이다.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하고 인간의 욕망이란 그 끝이 없어 타인이 가진 재물을 가지고 싶어 한다.

사실 그것은 달성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노력을 쌓으면 되는 것이다.

남이 가진 깊은 학문적 경지나 예술적 신비경의 비밀, 비장의 기술 등을 배워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남이 누리는 지위나 영화를 쟁취하려고 일생을 통하여 심력을 기울이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불성을 찾는 데는 신심만 있으면 된다.

이는 맨손으로서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능히 되는 것이다.

사람이 남의 일을 위해서 신심을 내라고 하면 모르되 자기의 일을 위하여 신심을 내라 하는 데 주저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세상 사람들이 만엔 자기 일하기 위하여 분명하게 움직이지마는 참다운 자기 일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매양 헛일만 일삼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특히 오늘날과 같은 혼탁한 사회 환경하에서는 먼저 자기가 자기를 발견하는 그리고 자기 속에서 불성을 찾는 성의가 무엇보다도 중대사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모두 나에 있는 나의 부처를 내 손으로 찾는 일에 정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