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천진면목天眞面目"은 선종禪宗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이 준 참된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본래의 자성自性, 즉 우리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깨달음의 본래 모습,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조주趙州 선사가 어느 제자에게 "네 본래 면목을 보았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 뜻을 모르는 제자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주 선사는 여기에서 본래 면목이란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라, 시비와 분별을 떠나 순수하고 가식 없는 존재 그 자체임을 가르쳤습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천진한 본래 면목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고, 명예와 이익을 좇으며, 비교와 경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본래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덮어버린 채, 인위적인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참된 모습은 결코 더럽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구름이 하늘을 덮어도 하늘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천진면목은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하며,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천진면목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비우고, 분별과 망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선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강조합니다.
'무심'이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무심하면 천진면목이 드러나며, 고요한 마음 속에서 본래의 자성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웃을 때처럼 꾸밈없는 순수함이야말로 천진면목입니다. 계산 없이, 기대 없이,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들은 실체가 없습니다. 이름도, 형상도, 생각도 모두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허망한 세계에서 본래의 참된 나를 찾으려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천진면목을 깨달으면 더 이상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평온과 기쁨을 얻게 됩니다. 번뇌와 망상이 사라지고,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본래 깨끗한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우리는 본래 청정한 존재이며, 부처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가로막는 집착과 망상을 내려놓을 때, 우리의 천진면목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천진면목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깊은 수행을 해야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어떤 꾸밈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때, 우리는 이미 본래 면목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가슴에 새기며, 매 순간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