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2040년, 100억 개의 로봇이 이 땅을 걷게 될 것이라 한다. 기계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조리하고, 연주한다. 세상은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고 있고, 기계는 인간의 삶을 흉내 내는 데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모방은 본질이 아니며,
기술은 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기계가 아무리 정밀하게 베껴도,
된장 한 숟갈에 깃든 세월의 맛,
나무 결을 따라 흐른 칼끝의 온기,
비단 위 실 한 올이 전하는 고요한 숨결은
결코 완전히 따라할 수 없다.
그것은 ‘기능’이 아니라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바로 인간의 손에 남아 있고,
그 손을 가진 자를 우리는 ‘명인名人’이라 부른다.
AI는 정보를 축적하지만,
명인은 시간을 축적한다.
데이터가 연산을 반복할 때,
명인의 손은 세월과 계절을 짓고,
고요한 집중으로 역사를 이어간다.
AI가 그리는 것은 이미지이고,
명인이 그리는 것은 혼이다.
기계의 시대에도,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의 결정체는,
바로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숙성된 ‘장인의 손’ 안에 있다.
대한민국 명인연합회는
기술이 아닌 정신을 계승하는 공동체이며,
속도가 아닌 깊이로 전통을 짓는 사람들의 연대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그 대답은 여전히,
불을 다루는 가마 앞,
천을 짜는 베틀 위,
나무와 쇠를 두드리는 망치 끝,
그리고
삶을 예술로 끌어올린 명인의 손끝에 있다.
기계는 효율을 추구하지만,
명인은 의미를 추구한다.
AI는 기억하지 못하는 고유한 시간,
그 시간을 기억하고 지켜내는 손길.
그 손길이 바로,
AI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움의 증거’이며
미래로 전승될 유산이다.
기계의 시대,
손은 여전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대한민국 명인의 숨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