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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큰스님 전기집 오! 한국의 달마여 6

불교의 4중 세계관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l 오한국의달마여! 불교의 4중 세계관 (3)

 


일붕의 초기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을 두 가지만 더 보기로 하자.

실제 일붕의 초기사상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거의 완결된 상태로 짐작된다.

경전의 연구나 선의 수행에서나 모두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게 당시의 중론이었다. 

 

불교의 다면성多面性 가운데 문학적인 요소를 간추린 佛敎와 文學이란 글과 불교철학을 압축시킨 佛敎哲學의 四重 世界觀이란 글은 잘 정돈되고 체계화된 그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글을 통해 일붕은 불교의 대중화란 신념을 점진적으로 구현하는 발판을 구축한 것이다.

 

“모든 것은 변화합니다.

불교도 시대와 여건에 맞도록 변화하고 적응하는 가운데 시대와 조화를 이루는 슬기를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만 범세계적인 진리로서의 영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를 위해 남들이 꿈조차 꾸지 못하던 시절에 물설고 땅 설은 동남아와 유럽에서 공부했습니다.”

 

일붕이 절치부심하여 불교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이유를 짧게 설명한 말이다. 뒤에 싣는 두 글은 당시 일붕이 어떤 사상의 틀을 형성했는가를 잘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다소 긴 인용이 되더라도 꼭 살필 필요가 있는 글이다. 또 여러 신문에 연재한 관계로 자료의 사장을 막으려는 고육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붕을 대상으로 한 연구서가 많이 나왔지만, 사상을 제대로 분석하고 검토한 자료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도 長文의 글을 싣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말하자면 後學을 배려한다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딱딱하기만 한 글을 끼워 넣고 있다는 것이다.

 

佛敎哲學의 四重 世界觀

 

불교라는 종교를 떠받치는 철학적인 세계관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四重의 세계관은 사법 계관(事法界觀), 이법계관(理法界觀), 이사무애법계 관(理事無碍法界觀), 사사무애법계관(事事無碍法界 觀) 등인데 불교를 이해하는 지름길이자 필수적인 분야이다.

 

불교라는 광대무변한 사상체계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이 세계관을 체득하는 것이 좋다. 다만 철학적인 규명이 선행되는 작업인 관계로 다소 난해한 점이 문제이다. 

 

그러나 산이 높다고 바라만 보지 않으려면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야만 하듯이 四重의 세계관에 접근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를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事法界觀 : 現實的 世界觀

事法界觀이란 말에서 事는 事實的을, 法界觀은 世界觀을 각각 뜻한다. 즉 현실적인 세계관을 의미하는데, 이를 有의 세계관이라고도 칭한다. 

 

이 세계관은 差別現象界에 앉아서 우리의 눈앞에 전개된 삼라만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만상은 각기 달라 그 현상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인간, 동물, 식물, 꽃, 금수 등이 각기 특유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사법 계관이란 우주 만물을 차별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견해이며 관찰이다.

 

우리의 육안으로 구별되는 차별상,특수상, 개별 상의 상대게, 현실계, 경험계는 대립의 세계에 국한된 것이어서 끊임없는 투쟁이 이어진다. 때문에 소탐대실 같은 우매함이 반복된다. 
 


理法界觀 : 理想的 世界觀

理法界觀이란 말에서 理는 理想的이라고 새긴다.

 

이를 空의 세계관이라고도 부른다.

 

이 理法界觀은 사실의 경험적 세계를 부정하기 위하여, 다시 말하면 外界에 있어서 고정적으로 보이는 세계는 아무리 하여도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時間과 空間 또는 因果律의 성립까지라도 불가능한 것으로 변증하는 것이다.

 

理法界觀은 이처럼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래서 사실적인 현실 세계를' 나타난 境界 즉, 잘못된 주관에 의하여 유출된 세계’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의 세계가 모두 부정되고 나면 변화 잡다한 이 세계의 저쪽인 피안 彼岸에 어떤 하나의 추상적, 보편적, 영원적, 순일적인 광명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 피안의 세계에는 변화 잡다한 현상이 없고 보편, 추상, 영원성을 가진 理의 세계 즉 초월적인 空의 세계가 건설된다.

 

대체로 사상과 수도의 진보는 현실적인 세계를 뛰어넘는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고 그것에 의해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세계를 넘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모든 현실적인 것을 버리고서도 출가자들이 안타깝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할 때가 지나면 그것으로는 만족을 얻지 못한다.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얻는 道는 완전한 道가 되지 못한다. 空이라고 하는 것은 그치지도, 머물지도 않는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有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은 좋으나 만약 空의 세계에만 빠진다면 소위 침공 沈空 병에 걸린다.

 

몸은 실제 생활을 하면서 현실을 부정하여 이룬 空의 세계에 들어가더라도 진리의 활동이 정체되는 관계로 영원한 해탈이 못 되기 때문에 이 空의 세계에만 머물 수 없게 된다.

 

理事無碍法界觀 : 理와 事가 無碍한 法界觀

理와 事는 각각 理想과 現實이며 無碍란 완전히 조화를 이루어 어떤 장애가 없는 것이다.

 

즉 有와 空, 理와 事가 서로 모순됨이 없이 합쳐져서 완벽을 이루는 예는「色卽是空, 空卽是色」에서 잘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물과 물결이 서로를 떠나서는 있을 수 없고 서로가 둘이 아닌 하나이면서 각기 다른 것으로 여겨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現象은 本體를 떠나서 있을 수 없듯이 본체는 현상이 있어야만 나타난다. 그러므로 理와 事는 둘이면서 둘이 아닌 二而不而의 관계인 것이다. 이렇게 본체를 인정하고 가치를 긍정하는 세계관이 이사무애법계 관이다.

 

事事無碍法界觀 : 事와 事가 無碍한 法界觀

事事無碍觀은 現象의 事와 事가 공간적인 인과율로서 서로서로 융합 무에 한 관계를 맺는다고 보는 세계관이다. 

 

이것은 理事無碍法界觀에서처럼 현상과 본체가 융합 무에 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상의 차별에서도 事事物物의 하나하나가 서로 무에 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본체와 현상이 무애하니 만큼 현상 역시 상호 무 애 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물과 물결이 무애한 것처럼 물결과 물결도 서로 무 애 하다는 이치다.

 

이러한 관계에서 事와 事가 무애한 관계를 맺었다고 보는 것이 사사무애법계관이다. 이를 달리 주편함용관(周遍含容觀)이라고도 부른다. 

 

 

주편이란 말은 보통, 즉 두루한다는 뜻이므로 하나의 사물이 무수히 많은 사물의 위에 두루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달 하나가 天江의 물 위에 두루 나타난 경우가 되겠다.

 

즉 하나(-)가 많음(多)으로 化하는 인과관계이다. 또 함용(含容)이란 포함하고 수용한다는 뜻이니, 多가 - 의 가운데 들어간다는 것이다. 백천(百川)의 물맛이 해수(海水)의 한 방울 가운데 포함된 경우와 같다.

 

이처럼 현상만유(現象萬有)는 事事物物들 사이에 모두 공간적 인과법칙으로서의 「相卽相入의 原理에 따라서 「入多 多入一하는 관계」(서로가 서로를 취하는, 하나가 많음이 되고 많음이 하나가 되는)가 되고 「一卽多多卽一」(하나는 곧 많음이고 많음은 곧 하나로 되어 서로 무 애 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事事無碍法界觀이 철저하게 연구된다면 위대한 철인들이 속속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편함용관을 십문(門)으로 나누어 논술하고자 한다. 십문이란 ①이여사문理如事門, ②사여이문事如理門, ③사함사이문事事理門, ④통국무애문通局無碍門, ⑤광협자재문廣挾自在門, ⑥편용무애문遍容無碍門, ⑦섭입무애문攝入無碍門, ⑧교섭무애문交涉無碍門, ⑨상재무애문相在無碍門, ⑩박융무애문薄融無碍門 등을 이른다.

 

처음의 이여사문은 理는 하여 事가 되므로 事의 밖에 理가 없으므로 事를 보는 것에 의하여 理를 보는 것이다. 事를 보고 理의 전체를 보는 것이다. 理事의 관계가 相卽的인 것이다.

 

그렇다면 ②의 事에 事와 理가 다 함존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②의 事 중에 전법 계(法界)가 함재되 어 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즉 ③이다. 여기에 와서는 만법의 개개가 다 위대한 가치를 가지게 되어서 와 事의 사이에 어떠한 융 즉 관계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융즉融卽이란 뜻은 주편함 용과 같으므로 이 관계는 四種으로 나누어 보게 된다.

 

 

四種은 一中의 一, 一中의 一切, 一切中의切中의 一切이다. 이때 前二는 함용이고 後二는주편이다. 이 주편과 함용은 동시 상호 적이다.

 

우주의 만물을 자세히 관찰하여 보면 이러한 관1계가 과 의 사이에 다 보이게 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려 한다….

 

먼저 ④와 ⑤를 말한다. 
통국무애라고 하는 것은 과 局이 무애하다는 뜻이다. 事事物物에 대해 말한 것이므로 어디에나 적용되나 인간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 촌가에 부모가 있고 자식 셋이 각각 서양, 중국, 서울에 있다고 하자. 그 부모는 자신의 위치를 조금도 떠나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마음 전체를 자식 셋에게 각기 보낼 수 있다. 이것이 이切에 주편하는 관계이다.

 

④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간에 있는 모든 事物의 관계에 있다. 이것이 곧 무애의 묘미이다

 

광협 자제는 廣과 狹이 무애하다는 뜻이다.

이는 ④와 정반대로서 中에 가하는 것이니 앞의 예에 비교한다면 촌가의 부모가 자식 셋을 전부 마음속에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부모의 신체가 더 커진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광협 자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실로 진리를 포함한 재미있는 세계관이다. ④는 주편으로 말한 것이고, ⑤는 함용으로 말한 것이다.

 

편용무애문은 과 이 합한 무애문이다.

앞의 예에 적용하면 부모가 자식의 일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자식 가운데 언제나 편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섭입무애는 一中에 이 들어가고 또 他에게로 들어가 있는 복잡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부모와 성적이 나쁜 자식이 있다고 하자. 자식의 성적이 나쁘고 품행이 문제가 있을 때 부모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학교를 찾아가는 길의 心中에는 그 자식 전체가 들어 있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사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면 부모와 자식이 그 교사의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교사의 안색이 밝으면 부모는 그 교사가 자식을 염려하여 준다고 여겨 교사와 자식을 中에 넣고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섭입무애란 관계인데, 이것은 천지간 事事物物에 적용되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교섭무애문과 박융무애문에는 각각 四種이 있다.

교섭무애문에는 ㉠ -이 一切를 숨하고 -이切에 遍한다. ㉡一切가 을 숨하고 一切가 에 入한다. ㉢ 이 을 숨하고 이 에 入한다. ㉢ 一切가 一切를 숨하고 一切가 一切에 遍한다의 四種이 있다.

 

이때 ⑦은 전술한 부모와 세 자식간의 관계이고 ㉡은 양친이 한 아이를 생각하며 그 兒중에 入한 것과 같다. ㉢의 관계는 연애하는 서로가 자나 깨나 서로를 잊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은 가장 복잡한 관계다. 예를 들면 동아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동아대 학생 전부를 含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동아대 학생 한 사람을 보고 동아대 학생은 이렇다고 비평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평가받는 학생은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

 

상재무애문에는 ⓐ-이 -을 섭하여 에 入한다. ⓑ 一이 一切를 섭하여 에 入한다. ⓒ -이-을 섭하여 一切에 入한다. ⓓ -이 一切을 섭하여 一切에 入한다는 四種이 있다. 

 

ⓐ는 앞의 예에서 아버지가 자식을 위하여 학교 부탁하는 것과 같다. 


ⓑ는 한에 찾아가 교사에게 학교의 교장이 학생 전체를 대표하여 어떤 일을 하는 경우이다. 

 

ⓒ는 교장이 한 모범학생의 예를 들어 전체 학생에게 훈시하는 것이다. ⓓ는 한 학교의 운동선수가 학교를 대표하는 경우이다. 이상을 총합하여 박융무애문으로 귀결시킨다. 이는 八種으로 나누어진다.(그러나 너무 길어짐으로 생략한다.)

 

불교의 이러한 四重 世界觀은 많은 사상 가운데 가장 뚜렷한 특색을 갖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