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납니다. 어떤 인연은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인연은 깊은 울림을 주며 평생을 함께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법문에서 이야기할 ‘수어지교水魚之交’와 ‘간담상조肝膽相照’는 진정한 인연이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1. 수어지교水魚之交, 물과 물고기의 관계
수어지교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를 뜻합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물은 물고기에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터전이 되고, 물고기는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물과 함께 살아갑니다.
이와 같은 관계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나타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 친구의 관계가 바로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연기법緣起法을 말씀하셨습니다. 나 혼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삶을 가꾸어 나갑니다. 물과 물고기처럼, 나에게 베풀어 주는 존재와 나 또한 의지하는 존재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감사함과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2. 간담상조肝膽相照, 간과 쓸개를 서로 비추어 보다.
간담상조란 '간과 쓸개를 서로 내보인다.'라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진실을 나누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간과 쓸개는 우리의 몸속 깊은 곳에 있지만, 이를 드러낸다는 것은 숨김이 없고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나눈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벗은 나의 부족함이나 어리석음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나 역시 상대의 진실을 존중하며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간담상조의 관계는 단순히 즐거울 때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의 순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끝까지 믿어주는 관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벗이란 나의 허물을 지적해주고, 나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 정진하는 존재이다.”
진실한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나의 마음을 열기 두렵고, 상대의 부족함을 보았을 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한 인연은 완벽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부족함 속에서도 믿고 나누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3. 수어지교와 간담상조를 실천하며
이 두 가르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나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돌아보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아가며, 함께 존재하기에 나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 이웃까지도 모두 나에게 소중한 인연입니다.
둘째, 마음을 열고 진실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마음에 숨김이 없고 진실로 대할 때, 비로소 신뢰와 평화가 자리 잡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의 진실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마음을 비치어 주는 벗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이 각박하고 인연이 가벼워진 시대라 하지만, 오늘의 법문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봅시다.
진정한 벗과의 인연은 나의 삶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이 수행의 길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소중한 힘이 됩니다.
물고기와 물처럼 서로를 아끼고, 간과 쓸개처럼 진실을 나누며,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오늘 하루, 소중한 인연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의 빛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