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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스님의 이야기(3편)

“붕새의 그림자를 품다”
– 스승을 찾아 떠난 여정 속에서 운명을 깨닫고, 법호 ‘일붕一鵬’을 받다


“구만리 하늘에 뜻을 띄우다”
– 월정사에서의 학문과 기도, 어머니의 극락천도를 통한 신심의 결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 담화총사, 『세계일화世界一化』는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큰스님의 삶을 담화총사가 새롭게 정리하여 엮은 연재물입니다. 한 알의 옥구슬처럼 맑은 전생의 인연에서 비롯된 일붕 스님의 생애는, 단순한 승려의 전기가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자비의 이상을 실현해 간 수행자의 서사입니다.


정진과 배움, 고난과 자각, 그리고 세계를 향한 가르침까지...이 이야기에는 대한불교의 혼과 세계불교의 미래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일화』 제3편을 통해, 붕새처럼 높이 날기 위한 준비와 그 도약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다시 그 길을 펼쳐 봅니다.

 

 

시간을 넘어선 만남과 깨달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제9장. 비상(飛上)을 위한 붕새의 날갯짓
1935년 가을, 21세의 청년 경보는 전진응 강백의 제자로서 불학佛學의 길을 따라 전북 완주 위봉사로 향했다. 밤이면 호롱불 아래 경전을 펼치고, 낮이면 강의와 수행에 정진하던 어느 날, 그는 특별한 꿈을 꾸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찬란한 섬광이 번쩍이더니, 천둥소리와 함께 거대한 날개를 펼친 새가 나타났다. 그 새는 붕새였다. 『장자』에 나오는 붕새는 구만리 창공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전설 속의 새. 붕새는 경보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 작지만, 너의 뜻은 크다. 나의 날개를 너에게 주겠다.”

 

잠에서 깬 경보는 이 꿈을 가슴에 새겼다. 붕새가 내려와 자신의 존재를 비추었다는 것은, 이 길이 곧 하늘을 나는 길임을 의미했다. 위봉사 주지 유춘담 스님은 경보의 학문과 품성을 높이 사, “내 제자가 되어 다오”라고 청했고, 전진응 강백도 쾌히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법호 ‘일붕一鵬’을 받았다.

 

한 마리 붕새처럼 세계를 향해 날아오를 운명을 품은 이름이었다.

 

 

제10장. 구만리 장천을 향한 붕새의 도약
위봉사 강원이 중단된 후, 일붕 스님은 서울 개운사 박한영 강백을 찾아가 사교과부터 대교과까지를 모두 마쳤다. 스승 박한영은 살아있는 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동서고금의 경전과 유교·도교에 정통했으며, 일붕 스님의 총명을 인정하여 귀중한 서책들을 모두 물려주었다.

 

이어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로 가라는 명을 받고, 포광 스님께 6개월간의 의식수행을 배운 뒤 월정사 강사로 부임했다. 적멸보궁이 자리한 그 고찰에서 그는 27세의 나이에 강원을 책임지며 후학을 양성했고, 수행에 정진했다.

 

어느 날, 그는 어린 시절 인연이 있던 이씨 부인의 방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출가하여 해탈의 길을 걷는 그는 속세의 연을 끊고 오직 수행자의 자세로 응대하였다. 이후 어머니의 별세를 뒤늦게 알게 된 그는 100일간 지장기도로 천도재를 올렸고, 꿈속에 문수 동자가 나타나 “네 정성으로 어머니는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전하였다.

 

 

이후 월정사 상원암의 방한암 스님으로부터 “붕새는 구만리를 날아야 하느니라. 네 이름처럼 큰 뜻을 품고 세계를 향하라”는 좌우명을 받은 일붕 스님은 새로운 결심을 다졌다. 그는 일본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맨몸으로 언어를 익히며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고, 1944년 경도 임제전문대학 유학길에 오르며 마침내 붕새의 날개를 펼쳤다.

 

하늘을 향한 도약, 그것이 바로 일붕一鵬의 시작이었다.

 


                                                                                       다음호에 이어서....